프롤로그''''“아악! 안돼요. 여보. 아악!”'여진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남편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어린 정후를 내려치기 직전이었다. 이제 겨우 6살밖에 되지 않은 정후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자신의 아버지가 들고 있는 방망이의 용도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어머니의 비명과 주변에 흐르는 공포의 분위기가 아이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정현은 식탁 밑에서 오돌오돌 덜고 있었다. 또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군인인 아버지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가족 모두가 공포에 떨어야했다. 그의 비위를 거스르거나 가족들 중 누구라도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무조건 몽둥이를 들고 군인들을 기합 주기라도 하듯 어린 자식들에게 겁을 주었다.'사건의 발단은 어머니가 며칠 전 정후에게 사다준 조립 로봇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로봇을 조립하던 정후가 부품 하나가 보이지 않자 짜증을 내었고 그것을 본 아버지가 사내답지 못하게 계집애처럼 짜증을 낸다는 이유로 아이를 윽박지르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것도 모자라 야구 방망이를 치켜 듯 것이다.'며칠 전부터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아버지의 기분이 아주 좋지 않은 상태였고 이런 사실을 눈치 챈 어머니는 어린 정후와 9살 난 정현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일찍 철이 든 정현은 아버지를 알기에 되도록 아버지의 눈에 띠지 않으려 피해 다녔지만 정후가 결국 아버지의 신경을 거스르고 말았다.'“여보. 안돼요. 잘못 했어요. 제가 잘못 했어요. 다신 안 그럴 거예요. 정후야. 어서 어서 잘못 했다고 그래. 어서!”'어머니가 정후를 감싸며 아버지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다.'“비켜! 여자가 어디 남자 하는 일에 끼어들어! 이 자식은 정신 무장을 다시 시켜야 돼! 어디서 계집년처럼 짜증을 부려. 엉! 당장 비켜!”'그리고는 발로 어머니를 밀어뜨려 버리고 그대로 방망이로 정후의 엉덩이를 내려치려는 찰나였다.'“아악! 아버지 잘못했어요. 어허헝!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으허허헝.”'“악! 안 돼요. 차라리 절 치세요. 그 방망이로 이 어린 것을 치면 죽을지도 몰라요! 차라리 절 치세요! 제발”'어머니가 아버지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리고 식탁 밑에 숨어있는 정현을 빨갛게 핏발 선 눈으로 바라보았다.'“정현아! 어서! 어서 정후 데리고 나가! 빨리!”'정현은 어머니가 있는 힘껏 아버지를 붙잡고 늘어지는 사이 재빨리 식탁 밑에서 기어 나와 정후의 손을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이년이. 이거 놔! 이거 못 놔!”'“아아악!”'정현은 뒤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처절한 비명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되었지만 뒤돌아볼 수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나 무서웠고 아버지를 말릴 힘이 자신에게는 없었다. '정현은 무작정 뛰었다. 마당의 잔디밭을 가로질러 대문을 빠져나갔다. 정후의 손을 꼭 붙잡고 인적 없는 오솔길을 힘껏 뛰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