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차들로 인해 복잡한 서울 시내를 벗어나 한가한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묵묵히 창밖만 보던 차연은 슬슬 졸려오기 시작했다. 요 며칠 일한다고 하도 컴퓨터만 붙들고 있었더니 눈까지 침침한 모양이었다. 하품을 쩌억, 하니 눈물이 찔끔 나왔다.'그가 자신을 흘깃 쳐다본 느낌이 들어 옆을 슬쩍 보니, 그는 여전히 묵묵히 운전대만 붙잡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그녀는 의자를 뒤로 젖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하는데 뜬금없이 그가 말을 걸어왔다.'“의외군요.”'“뭐가요.”'“이렇게 쉽게 따라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가 한 마디 덧붙여 설명했다.'“혹시나 내가 엉뚱한 곳을 가려는 거면 어쩌려고.”'“설마요.”'그 말에 차연이 코웃음을 쳤다.'“그럴 리가.”'“날 믿는다는 뜻인가요?”'그가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 바람에 잠깐 동안 그를 향해 몸이 기울어진 차연이었다. 그리고 보니 아직까지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못 믿을 건 또 뭐에요.”'차연이 새침하게 대답했다. 이번에 그에게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하품을 쩌억 내뱉으며 말했다.'“당신 동생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따라오지 않았을 거 에요. 아니, 처음부터 말도 섞지 않았겠죠. 분명.”'눈물이 찔끔 나왔다. 근데도 좀처럼 하품이 시원하지가 않다. 자꾸만 하품이 하고 싶은 차연이다.'“그 이유가?”'그의 질문에 차연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 이유가 뭐냐고? 그 이유가, 그 이유가…… 그러니까…….'“난 톱니바퀴 같은 사람을 싫어해요. 그것도 모래알이 잔뜩 낀 뻑뻑한 톱니바퀴.”'“…….”'“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처음부터 삐꺽거린 사이에는 아무리 번들거리는 기름을 칠해도 그 전과 다를 건 없다는 뜻이에요.”'“…….”'“녹이 슬어 결국엔 완전히 떨어져나갈 뿐이지요.”'때마침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발신인을 확인하더니 그냥 뚝, 하고 끊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차는 서서히 멈춰서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