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영국 런던.'“이 녀석 어디 있어?”'쾅 소리와 함께 두꺼운 목재 문이 거침없이 열렸다. 남자의 위협적인 목소리는 마치 밀림의 왕 사자가 포효하는 소리처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사, 사장님…….”'들어서는 남자의 표정이 시베리아 벌판의 차가운 얼음조각처럼 굳어 있는 모습을 본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지만 곧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금발머리 남자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사장님, 다녀왔습니다.”'“이 망아지 같은 녀석 어디 있어?”'“사장님 집무실에 계십니다.”'“그래? 자네는 이 변호사 불러들여.”'“네? 이 변호사를요?”'“당장!”'남자는 그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더니 자신의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간 지 1분 만에 남자의 커다란 목소리가 높은 건물 전체를 무너뜨릴 듯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은비!”'“그러다가 혈압으로 쓰러지시면 고생하는 분이 누구인지 모르세요?”'남자의 책상에서 미니 지구본을 들여다보던 남자의 말이었다. 아니, 남자아이의 말이었다. 혈압이 올라 목 힘줄이 터질 듯 벌겋게 부어올라 소리치는 남자와 달리, 가출했다가 끌려온 아이는 너무도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럴수록 그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그걸 그렇게 잘 아는 놈이 툭하면 가출이냐?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야?”'“그러니까 가출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결혼시켜 주시든가요.”'“겨, 결혼! 15살이 결혼이라고?”'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뒷목을 부여잡았다. 냉철하기로 소문난 남자, 은혁으로 하여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뒷목을 부여잡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자식이 아닌 웬수 은비!'“15살이니까 결혼하게 해달라고 말하는 거지, 18살이었으면 아빠 허락 없이 이미 결혼했을 거예요.”'“네가…… 네가…… 이 아비를…….”'영국과 대한민국이 이웃집이었던가? 아니면 이웃동네였던가? 영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가출했다가 돌아온 아들놈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너무도 당돌했다. 너무 기가 찬 그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심각한 사무실 안에 갑자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하하하! 은비, 또 가출했었다면서?”'팽팽하게 날이 선 공기 속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데블린 기업의 고문 변호사였다. 업무적으로는 변호사였고 사적으로는 데블린 기업의 대표이사인 은혁의 대학 동기였다. 은비는 이 변호사에게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제가 가출하는 게 어디 한두 번 일인가요? 아빠가 결혼만 시켜 준다면 가출하라고 등 떠밀어도 하지 않을 텐데.”'“어, 그건 우리 지수가 싫어할 것 같은데?”'“지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전 이미 제가 선택한 여자가 있어요. 제가 빨리 결혼을 하면 지수도 마음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