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접 번호 7849번 이설아 씨, 한강 전자에 합격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설아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아 눈을 깜박거려 보았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벌써 1000통이 넘는 이력서를 쓴 경력이 있는 3년 차에 접어든, 이제는 프로 백수라고 할 수 있는 설아였다. 그 동안 합격은커녕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도 받지 못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제는 떨어지는 것이라면 생각만 해도 신물이 날 지경이어서 먹으면 미끄러진다는 미역국도 안 먹은 지 꽤 되었고 허구한 날 똑같은 내용의 이력서만 써대느라 집게손가락은 얼얼하다 못해 굳은살이 박일 지경이었다. 물론 자기소개 란의 내용을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의 최고의 암기력을 덤으로 가지게 될 정도였지만 얼마 전 면접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한 회사에서 이렇게 맑은 하늘의 날벼락처럼 갑자기 합격 통보가 올 줄이야!'“게다가 한강 전자라니?” '국내 굴지의 전자 회사로 대기업 중의 대기업인 한강 전자! '“이게 꿈이야, 생시야?”'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아 설아는 자신의 뺨을 꼬집어보았다. 생각보다 세게 꼬집었는지 따끔하게 아픈 것을 보아 생시이긴 생시인 모양인데 그렇게 고대하던 합격 소식에 이렇게 온 몸과 마음이 얼떨떨해질 정도일 줄은 그녀 자신도 몰랐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설아는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다른 동기들은 대부분 이미 4학년 2학기 즈음, 그래도 재학 중에 취업이 결정되었으나 설아는 밤낮없이 연일 계속되는 아르바이트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빠듯하여 취업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결국 졸업하고 2년 6개월이나 지난 지금에까지, 설아는 희디 흰 손, 다시 말하면 백수로 남아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지난 세월을 후회해 보았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아는 다른 동기들과 취업 준비를 같이 했더라면 더 일찍 취업이 되었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첫 날부터 설아는 다짐한 것이 있었다. 혼자 몸으로 두 딸을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대학 등록금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생활비와 하숙비만은 그녀 스스로 해결하기로.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며 우유 배달, 이벤트 회사의 일일 인턴사원으로도 일하며 입이 부르트도록 풍선을 분 적도 있었고 방학 때는 리어카를 대여하여 붕어빵과 군고구마를 팔아 본 적까지 있는 그녀였다.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하는 통에 설아가 다니는 학과가 여자들로 바글바글한 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다닌 지 2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통성명을 하지 못한 친구들도 많았다. 그리고 여느 친구들처럼 화장품이니 옷이니 사치를 부리고 있을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있어도 공통된 화제를 찾을 수 없어 나란히 앉아 있어도 금방 화제가 떨어져 서로 어색해지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