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하몬드는 지금 필요한 것을 차례로 손꼽아 보았다. 맥주, 햄버거, 그리고 침대였다. 그날 그는 직업을 바꿀까 생각해 볼 정도로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 것 같은 밤에 캔자스 주의 한가운데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정신적 혼란에 빠져 있었다. 호송하던 죄수가 대들어서 팔을 무는가 하면, 상사가 승진 이야기까지 들먹인 것이다.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드물게도 재난을 초래할 행동은 삼가고 있었는데도 재난 쪽에서 그를 찾아온 것 같았다.'세상 물정에 밝은 캐빈은 순진해 보이는 금발의 미인이 길가의 허름한 바에 들어오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캐빈은 몸집이 작은 여자로부터 바텐더에게 시선을 옮겼다.'“햄버그를 주시오.”'메뉴를 건네면서 말했다.'“감자튀김도 수북이 주고요.”'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코스터(잔이나 접시 등의 받침)에 차가운 맥주잔을 놓았다.'캐빈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유죄를 선고받은 중죄인을 다른 주까지 호송하는 데 한나절을 보내고 난 뒤였다. 오늘따라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고, 팔에 물린 자극이 있는 것도 그 까닭이었다. 호송 중에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정말이지 짜증 나는 일이었다. 골치 아픈 일을 맡지 않았다면 지금쯤 플로리다에서 마약 단속이나 하고 있을 텐데. 그런데다 날씨까지 잔뜩 찌푸린 캔자스에 발이 묶여 있다. 기압은 상승하고 있었다. 아니, 하강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기압의 상승과 하강, 어느 경우에 폭풍우가 발달하여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는지 늘 헷갈렸다.'텍사스에서 자란 캐빈은 회오리바람에 익숙하지만 결코 좋아지지는 않았다. 길 건너 동네에 살고 있는 라이벌 팀을 이길 것이 확실한 야구 시합이 있을 때에는 영락없이 빌어먹을 회오리바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