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카와는 장미 꽃다발을 들고 지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우연 맞지?''.''새빨간 장미 꽃다발이 지연의 앞에 내밀어 졌다.''우연히 마주친다면 데이트 해 준다고 했잖아.''지연의 얼굴이 하야카와가 내민 장미꽃보다 더욱더 빨갛게 달아올랐다.''해 줄 거지?''정말이지 이 남자는 얼굴에 철판을 깐 걸까? 아니면 수치심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창피하다든가 쪽팔린다든가 하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걸까?''안 받아줄 거야?''* 작가 후기''길고 긴 여정이었습니다.'주변에 있는 것은 바닥을 드러낸 커피잔, 사방에 늘어져 있는 자료들. 산에 산을 이루며 프린트한 지도들, 이 모든 것이 섞여 여기저기 굴러다닙니다.'전작 하나 에 이어서 웬일인지, 무슨 인연인지 두 번째 글인 로맨틱 Red의 주인공도 일본인입니다. 아니 이 작가는 일본과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이야! 라고 물으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교포가 아니냐. 유학생이 아니냐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물론 절대 아닙니다. 일본어는 히라가나니 가타가나니 제대로 읽을 줄도 모릅니다. 아는 일어라고는 아이시테루!(사랑해!), 곰방와, 곤니치와(안녕하세요) 정도가 다입니다.'정말 인연이 있었다면, 결국엔 친구들과의 인연이라는 말밖에는 드릴 수가 없네요.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판타지 풍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스토리를 잡고 프롤로그를 쓰고 자아! 이제 써볼까 하는 와중. 주변 친구 하나가 앞에서 재미있는 소재 하나를 흔들어 주었습니다. 인연의 붉은 실과 수갑이 채워진 한국인 여성. 그리고 일본이라는 무대.'일본이라고는 몇 년 전, 오사카에 친구들과 어울려 갔다 온 것밖에 없습니다. 일본어라고는 쥐뿔도 모릅니다. 사실은 한자도 거의 몰라요. 롯폰기? 어디 붙어 있는 줄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롯폰기인지 뭔지 하는 동네를 무대로 글을 썼습니다. '네, 저는 귀가 얇은가 봅니다. 친구들이 눈앞에서 흔들어 대는 소재를 그만 덥석 물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사실은 주인공의 이름도 모두 소재를 던져 준 친구가 지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친구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일본 파견 근무 경험이 있는 친구는 정말이지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제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소재는 던져주지 않겠어라고 말을 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아무것도 모르는 작가는 한 줄 한 줄 쓸 때마다 울었습니다.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어떻게 되는지, 부재 중 통화 메시지가 무엇인지 한국의 휴대전화처럼 소리샘 기능이 있는지, 그런 사소한 것까지 물어봐야 했으니까요.'그나마 한 명만 괴롭혔으면 모르겠는데 로맨틱 Red를 쓰는 와중, 일본어를 전공한 친구 역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새벽 2시에 달달 볶아서 경시청 자료들을 찾아달라고 울고, 해석해 달라고 울고, 나이 계산하면서 또 울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인공인 하야카와 신이치라는 인물이 완성되었지요.'지연의 경우는 또 다릅니다. IT업계에 계신 언니 한 분에게 울면서 매달렸습니다. 컴퓨터로 글을 쓰고 인터넷은 쓰지만 IT업계에는 완전 일자무식인 제가 IT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알 리가 없었으니까요.'일본어를 모르니 롯폰기가 어디 박혀 있는지 인터넷을 붙들고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친구를 붙들고 물었습니다. 제발 찾아달라고. 그래서 찾은 지도가 수십 장입니다. 처음에는 사실 롯폰기 경찰서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지요. 그래서 찾아달라고 울었더니 롯폰기는 지역이 넓어서 경찰서가 둘이나 된다는 겁니다. 하나는 아자부. 하나는 아카사카. 듣고는 그건 또 어디야, 하고 울면서 이미 롯폰기 서라고 쓴 부분을 모조리 수정해야 했습니다. 거기에 또 하나, 간신히 지연이 다니는 회사의 모델이 된 실제 회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친구가 찾아준 지도에 빨갛게 표시를 하고 나니 그것만으로 하루해가 지더군요. 하루종일 지도만 보고 지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로맨틱 Red는 그렇게 저의 눈물과 친구들과 언니의 도움으로 태어난 글입니다.'쓰는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썼습니다. 멋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신이치의 뒤를 저도 지연과 함께 울면서 따라가고 그의 느끼함에 한밤중에 닭살을 피워 올려가며 열심히 써 내렸습니다.'낯선 나라에 낯선 도시, 낯선 단어들. 어떤 때는 제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연과 신이치는 무사히 롯폰기의 거리에서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공항까지 함께 왔습니다. (네, 공항은 그래도 가 봤으니 잘 알고 있습니다! 라고 해 봐야.)'즐거운 마음으로 쓴 글, 즐겁게 읽어 주셨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아!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도움을 준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한 번 더 하고 싶습니다.'소재를 던져주고 주인공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쓰나미급 피해를 입어가며 도와 준 친구 JH. 너무너무 고마워. 고생 많았어요. 그리고 주인공인 하야카와가 부르는 느끼한 노래를 번역해 주고 경시청 자료를 찾아 주고 번역해 준, 한밤중에 잠도 못 자고 도와 준 EJ. 그대는 정말로 마감의 천사였답니다. 또한 IT업계에 종사하시며 머리를 굴려가며 지연의 배경 설정에 커다란 도움을 주신 JY 언니 감사합니다. 언니가 없었으면 정말 생뚱맞은 글이 될 뻔했습니다. 또한 대낮에 갑자기 불려와 각종 지도 검색을 해 준 MH, 정말 고마워요. 중간중간 글을 읽으며 오류를 잡아준 HR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고, 유학 때의 경험을 되살려 일본 휴대전화에 대한 정보를 준 IJ에게도 마찬가지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물론, 글을 쓰는 내내 힘내세요! 열심히 하세요! 하면서 용기를 북돋아준 편집자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렇게 후기를 쓰는 와중에도 옆에서 또, 한 친구가 즐거운 소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글을 쓴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계속 재미있는 소재들을 마구 던져줍니다. '학교 선생님인 친구는 두사부일체 공고판 스토리를 던져주네요. 또 다른 친구는 공연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즐거운 이야기를 던져주고요. 친구들이 없었으면 어찌 글을 쓴다고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그 소재들이 언제 어떤 글이 되어 나올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소재를 던져주는 친구들이 있는 한, 그리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한, 초보 작가는 열심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마지막으로 연재하는 동안 꾸준히 저에게 파이팅!을 전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김하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