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 웃는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소리에 섞여 기분 좋게 들렸다.'이제 막 대학생이 된 듯한 여자들은, 여대생이라는 단어의 싱그러움이 더해 풋풋하고 상큼하게 느껴졌다.'“시우 너 정말 너무 하는 것 아니야?”'친구 태인이 시우를 보며 매섭게 노려보았다.'“뭐가?”'단발머리를 예쁘게 빗어서 귀 뒤로 넘긴 시우가 화사하게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 나이가 몇인데?”'시우는 친구 태인, 지민, 차연이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나이가 몇인데?”'“안 억울하겠어? 친구들 다 학교 다닐 때 넌 애 엄마 되는 거야.”'“일찍 키워놓고 놀지?”'행복감에 젖어서 미소를 짓고 있는 시우의 얼굴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친구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행복해라! 임신 축하한다!”'합창하듯 친구들의 축하의 말에 시우의 얼굴엔 또 다시 환한 미소가 번졌다.''“너무나 사랑하는 대한민국이여, 안녕!”'고운 모래 깔린 백사장 한복판에서 지훈은 두 팔을 짝 벌렸다. 바다의 품에 폭 안기고 싶은 사람처럼 망설임 없이 바닷물 속으로 돌진하더니,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풍덩 들어 가버렸다.'“강지훈!”'뒤 따라오던 진현이 지훈을 막으려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슬아슬하게 놓쳐버리고 말았다.'“진현아 들어와!”'지훈이 손짓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젓는 진현의 매정한 행동뿐이었다.'“사랑하는 진현아, 우리 함께 빠지자?”'지훈은 느끼하게 웃으며 물에서 빠져나왔다.'“그 사랑 별로 안 반갑거든! 그러니까 제발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라?”'“절대 안 돼지!” '지훈이 빠르게 걸어와 팔을 덥석 잡자, 진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의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도망을 쳤다.'“미치려면 너 혼자 미쳐! 난 싫어!”'“진현아, 으흐흐흐흐.”'포기하지 않고, 소름 돋을 정도로 이상하게 웃으며 쫓아오는 지훈과 기 쓰고 도망가는 진현.'따스함을 넘어 뜨거움에 가까운 어느 여름날. 바닷가에선 남남 커플의 ‘나 잡아 봐라’ 놀이가 펼쳐졌다.''“어머, 어머, 어머, 어머!”'시우의 태인이 너무나 방정맞게 ‘어머’를 연발하자, 시우와 친구들은 일제히 태인의 시선이 마지막에 꽂혔던 곳을 쳐다보았다.'그곳에 펼쳐진 진풍경은 이러했다.'도망가는 남자는 너무나 곱게 생긴 남자였다. 하얀 얼굴에 야리야리했고, 앳된 얼굴의 남학생으로, 고등학고 1학년 아니면 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그런 남자였다.'그 뒤를 쫓아가는 남자는 스포츠맨 타입의 남자였다. 큰 키에 쭉 뻗는 몸매가 운동 많이 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이 남자도 성인은 아니었다. 비슷한 또래의 남학생인 것 같았다.'“이러기야?”'뒤에서 쫓아가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적당히 낮은 목소리가 누나를 포함한 여자들 여럿 잡을 그런 놈처럼 느껴졌다.'“어떻게 해? 혹시…… 사랑하는 사이일까?”'지민의 음성이 점점 흥분으로 치닫고 있었다.'“정말 그러면 어떻게 하지?”'“난 이상할 줄 알았는데, 저 둘은 정말…… 잘 어울려!”'차연도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상상을 했는지,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절대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금기를 말하듯,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는 친구들을 보며 시우는 킥킥 웃음을 흘렸다.'“저리 안 가?” '도망가는 남자의 목소리가 아주 날카롭게 들렸다.'“사랑하는 진현아, 우리 이렇게 놀 시간도 없는데, 추억하나 만들자?”'“그 사랑 별로 안 반가운 지훈아, 됐거든!”'이런 대화가 들리자, 친구들은 일제히 ‘까악’ 하고 비명소리를 질렀다. 얼추 자신들의 생각이 맞았다는 뜻이었다.'“어떻게, 어떻게, 어떻게!”'“나 얼굴 빨게 졌지?”'“난 오금이 저려!”'여기까지의 대화에 친구들은 몸까지 뒤틀어가며, 유난을 떨었다.'“우리 조금 있으면 유학가야 하잖아! 재미난 추억 하나 없이 이렇게 가야겠냐?”'“그러니까 왜 그 재미난 추억을 너랑 만들어? 난 여자랑 만들고 싶어! 늘 붙어 지냈고, 앞으로도 붙어 지낼 네가 아니라!”'진현이라고 추정되는 남학생이 우뚝 멈추더니, 휙 뒤돌아보며 뒤 따라오던 지훈을 무섭게 노려봤다.'“진짜 너무하네!”'“너무 한 것은 너지? 나 데이트 있었어! 난 오늘밤 그 대학생 누나랑 온 몸을 불태울 작정이었다고! 그런데 제일 가까운 형제란 놈이 날 여기로 데리고 와?”'“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은 걸 어떻게 하냐? 안 보면 상사병 날 것 같은데?”'“너 상사병 치료하려다가, 내 몸에 사리 생기겠다!”'진현은 갑자기 지훈에게 다가가 정강이를 한 대 걷어찼다.'“강진현!”'지훈이 발끈하며 달려들려고 하다가, 진현의 날카로운 시선에 눌려 우뚝 멈췄다.'“조용히 가자?”'“알았어.”'“그래.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