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좋아요? 8년씩이나?”'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규현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도, 날 그만큼 좋아해 줄 팬이 있을까?”'“있겠지. 분명 있을 거예요.” '“나는 안 멋있어요?”'저는 안 멋있냐 묻는 규현의 질문에 윤희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멋있어요, 멋있어. 아니, 귀여워. 아! 남자한테 이런 말 하면 실례인가?”'“네.”'장난스럽게 뱉은 윤희의 말에 규현이 정색을 하며 대답하자 윤희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 '“뭐, 누나가 이제부터 내 팬 해준다면 용서해 주고요.”'“나 말고도 팬 많이 생길 텐데 뭘. 세상에 우연처럼 만나는 인연들로 더 많은 팬들이 규현 씰 좋아해 줄 거예요. 우리 봐. 동생 때문에 시트콤에 나왔던 규현 씰 알게 됐고 또 커피숍에서 만나고. 이렇게 우연찮게 내 드라마에 출연을 하게 되고.” '“우연은 좀 가볍잖아요. 나도 누나 같은 팬 만들고 싶단 말이에요. 어, 이거 질투 나는데?”'윤희가 다시 픽 웃음을 지었다.'“아직 어리구나. 규현 씨.”'“스물여섯이나 먹었습니다.”'자꾸만 어린애 취급을 하는 윤희의 말투가 기분 상했는지 규현이 살짝 굳은 얼굴로 윤희를 바라봤다. '“화났어요?”'“여기서 화났다 그럼 진짜 어린애 취급하실 거죠?”'“네?”'그때 촬영이 이어지는지 멀리서 규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규현이 윤희에게 들고 있던 대본을 건넸다.'“다음 신 촬영 들어가나 봐요.”'저를 보며 씩 웃고 사라지는 규현을 보며 윤희는 또다시 입가에 흐르던 침을 닦아냈다.'“스읍, 녹는구나, 녹아.”'윤희는 시준과의 일방적인 사랑보다 말랑말랑 달콤한 규현과의 삼각관계도 꽤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놓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질투. 생각만 해도 온몸이 짜릿했다. 그럼 일단 규현이랑은 눈도 마주쳤고 말도 섞었으니 이제 키스할 일만 남은 건가? 앙. 활짝 웃을 때 시원하게 올라가던 입꼬리. 그리고 살짝 붉은빛이 도는 촉촉한 입술. 규현의 벌어진 입술이 제게로 다가오는 상상을 해봤다. 그 아이의 키스는 아마도 초콜릿보다 더 달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식. 키스는 할 줄 알까? 그냥 뽀뽀는 싱거운데. 윤희는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을 스릅 삼키며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시준이랑 먼저 해야 한다고 굳게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