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페미니스트의 한 사람으로서 인영 씨를 쳐다보는 장 선생님의 그 끈적거리는 시선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예? 무슨 말씀이십니까?”''“진짜 모르셔서 하는 말씀이세요? 인영 씨 가슴이며 허리를 느끼한 눈으로 보면서 자신의 온몸을 더듬으셨잖아요! 이렇게, 이렇게 말이에요!”'아까 체육관에서 거울을 자처한 인영에게 품었던 찰나와 같은 흑심을 들켜 버린 수록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효림과 마찬가지로 순순히 죄를 자복할 수는 없는 일, 수록은 그녀에게서 받은 오리발을 도로 내밀었다.''“아닌데요.”''“그럼 나르시시즘인가요? 막 자신의 존재가 사랑스러워 죽겠어요? 은근히 더듬을 만큼?”''“그건 오해…….”''“남자라면 남자답게 섬에 갇혀 있다 보니 살랑살랑 꼬리를 치는 쭉쭉빵빵 아가씨의 등장에 눈이 저절로 돌아가고 가슴이 급격히 두근거리더라, 손바닥에 땀도 좀 고이더라, 그러나 그것은 단지 하느님이 부여한 본능 탓이지 고매한 내 인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럼 내가 거짓말 탐지기라도 가져다 대겠어요? 빤히 보이는 거짓말은 왜 해요?”'효림의 말은 무슨 일정 기간에 자수하여 광명 찾으라는 권유와 흡사했다. 소질이라고는 전혀 없는 거짓말을 더 이끌어 갈 여력이 없던 수록은 냉큼 권유를 받아들였다.''“실은, 저도 제 본능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자백을 받았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아져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제동장치가 고장 난 롤러코스트처럼 효림은 대번에 나락으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