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앗, 하는 외마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가 입고 있는 것은 분명 교복. 그것도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복이다. 남색의 줄무늬가 촌스럽게 들어간 하얀 블라우스와 밋밋한 느낌의 베이직한 치마, 큼지막한 학교 마크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슴팍의 포켓. 고개를 숙여 자신을 살피니 자신이 입고 있는 것도 교복.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여, 여기 어디야?”'“얘가 아까부터 왜 이래? 오늘 이동 수업은 오전에 끝났잖아. 집에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야. 그러니까 정신 좀 차려.”'아이의 말에 고개를 휙휙 돌렸다. 운동장 쪽으로 나 있는 커다란 유리창, 짙은 녹색의 칠판, 그 위의 태극기, 옆에 있는 교훈과 급훈, 삐걱거릴 것이 틀림없을 나무 교탁, 그리고 지저분한 낙서로 가득한 책상과 의자.'사방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상에 엎어져 있는 아이, 친구들과 수다 떠는 아이, 교과서를 꺼내 드는 아이 등등,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한 아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끌시끌, 왁자지껄, 제각기 시끄러운 소음들을 뿜어내며 열심히 활개치고 있는 중이었다.'“여기…… 청한 고등학교 삼학년 일반?”'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내 모습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오늘 진짜 이상하다, 라는 말을 덧붙이며.'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머릿속을 세차게 휘젓고 지나갔다. 손을 들어 볼을 더듬어 보았다. 만져지는 느낌이 그 어느 때보다 생생했다. 그때,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하고 솟았다.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이 어떤 건지를. 고개를 돌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연락이 끊겼었는데. 그래, 이 아이의 이름은…….'“수안아, 나 꿈꾼 거 같아.”'그래, 꿈. 정말 리얼한 꿈. 꿈속에서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할 뻔했다. 게다가 사고로 비명횡사 할 뻔도 했지. 진짜 다이내믹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얼굴 한번 다시 꼬집어보자. 아아, 역시 아프다. 그래, 아까 그건 꿈이었어.'순간 강한 안도감이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기다란 한숨이 내쉬어졌다. 진짜 다행이다. 꿈이라서 진짜 다행이었다.'“나 진짜 웃긴 꿈꿨어.”'“그래, 꿈꿀 만큼 제대로 잤겠지.”'“진짜라니까? 내가 결혼을 했는데…….”'그 순간, 주변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이쪽을 향해 쏠려 있었다. 6교시가 시작되었나 싶어 황급히 앞을 쳐다봤지만 칠판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누군가 팔을 잡는 게 느껴졌다. 하얗고 커다란 손. 따뜻하게 맥박 치는 손.'“윤해. 잠깐 나 좀 보자.”'태경이었다. 자연스레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고등학교 때의 태경이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