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쿵. 다음 대기자를 부르는 소리에 놀라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다. 더 원 엔터테인먼트 주최로 치러지는 오디션 현장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오른쪽 가슴께에는 각 번호표를 붙이고 각자 줄을 서서 앉아 있거나 몸을 풀고, 목을 풀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순번이 줄어들수록 긴장감이 최고조를 향하기 시작했다. 무릎 위로 올린 두 손은 땀으로 가득 찼고, 침은 자꾸만 말라가고 있었다. '“다령아, 나 떨려. 떨려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나처럼 옆에서 긴장하고 있던 보미가 자기의 순번이 다가오자 내 손을 붙들었다. 나만큼이나 보미의 손도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모두들 오디션에 임하려고 목을 풀고, 몸을 풀며 제각기 준비를 하고 있을 와중에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나는 정작 가수가 되고 싶어서 오디션에 지원한 것도 아닌데 왜 덩달아 떨리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널 만나기 위해, 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다음, 대기해주세요.”'내 차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얼마 후면 오디션을 치른다는 생각에 아까보다도 더 떨리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마련된 기획사 오디션에도 참가한 지 어느덧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벌써 열 번도 넘는 오디션을 봤지만 떨리는 건 변함없었다. 이번이야 말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끌어안고 녀석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 오디션을 참가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너 때문이니까. 너를 꼭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하는 것이니까. 너 또한 가수가 되고 싶어 했고, 가수가 되겠다며 나를 떠나버렸으니까…… 언젠가 볼 수 있을 거야. '“아, 떨려 죽을 거 같아. 다령아, 어떡해. 이제 나야.”'“평소처럼 해, 그럼 될 거야.”'앞서 보미의 차례가 다가왔다. 보미는 늘 노래로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가수가 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고, 수많은 기획사 오디션에 참가하여 실력을 다졌다. 그리고 나는 그에 비해 오로지 녀석을 찾기 위해 보미 뒤를 졸졸 따라 다니다가 오디션을 볼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 후에 연예인이 되면, 사람 찾는 프로그램에 나가 당당히 녀석의 이름을 찾고 싶었다.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보미를 비롯하여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은 꿈을 품고 덤벼들고 있을 때, 난 한낱 첫 사랑을 찾기 위해 덤비고 있었다. '“다음이요.”'보미가 축 쳐진 어깨를 흔들며 걸어 나오자마자 곧바로 내 순서가 되었다. '“잘해. 그리고 너 들어가서 그 얘기 하지마!”'보미에게 오디션 분위기와 상황이 어떤지 그 어느 것도 묻지 못하고 곧장 오디션 장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오디션 현장으로 걸어가는 내 뒤로 보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여 그 얘기를 꺼낼까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시끄럽게 뛰는 내 심장 소리가 들릴 만큼 오디션장 안은 조용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오직 침묵 속에서 차갑고 냉랭한 눈빛만이 나를 향해 있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세 명의 오디션 심사위원이 나란히 앉아 오로지 나만을 응시했다. 나에게로 고정된 시선 때문에 자꾸만 더원에서 키우는 가수들의 사진이 벽보로 붙여진 쪽으로 시선이 갔다. 거기에는 녀석이 꿈꾸고 있을 인기 아이돌 그룹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온 다령입니다. 나이는 열아홉이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나도 모르게 긴장해버린 탓에 말투며 서 있는 자세며 엉성하게 굳어버렸다. 그대로 얼음. 굳어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오른 쪽에 앉아 있던 여자 심사위원이 부드럽게 말해왔다.'“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해요.”'“네.”'부드러운 그녀의 말에 얼은 몸이 풀리는 듯 했다. '“노래부터 들어 볼게요. 준비한 곡은?”'그러나 곧 가운데 있는 심사위원이 노래를 요구해오자 금방 또 얼음이 되었다. 아주 잠깐 마음을 다독였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노래방에서 100점을 먹여주던 실력을 뽐내면 되는 거야. 심사위원들을 향해 답하기 전까지 긴장을 풀기 위해 내 자신을 다독였다. 긴 한숨을 내쉬며 심사위원들을 향해 정해온 곡명을 말했다.'“보아의 ‘늘’이요.”'“왜 그 노래를 선택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