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까요?”'조심스럽게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조용히 읊어져 나온다. 짙은 사향이 가득하고 뿌연 연기로 인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별채는 마치 보라색의 덩어리로 보인다. 호피 무늬의 값비싼 가죽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예전과 다름없이 같은 삶을 살아 나가는 여인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의 모습도 변함이 없었다. '“이 내게 답을 구하는 것이냐?”'“아니, 혹시 어머님께서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여.”'빨갛고 광기에 가득 담겨 있는 입술이 미소를 지었다. 그 곁에서 지로훈은 다른 탱탱한 소녀들을 품안에 가두고 희롱하고 있었다. 구역질이 나는 짙은 정사의 냄새가 비릿하게 뿜어져 나옴에도 그곳의 사람들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지 늘 약에 취하기라도 한 모습이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이구나.”'여인의 목청이 높아져만 갔다. 소름끼치게 높아지는 그녀의 음성에 흠칫 놀란 소녀가 바닥에 박고 머리를 조아리며 벌벌 떨었다. 뭐가 그리도 무서운 걸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여인의 음성에 꽉 그러쥔 주먹을 바르르 떠는 소녀의 앞으로 여인이 작은 종이 한 장을 밀어 주었다. '누런빛의 종이 한 장에 쓰여 있는 것은 한 글자. 그 한 글자에 담긴 의미는 천무국 황실을 향한 저주, 혹은 그들의 일원이라는 증표. 보기만 해도 꺼림칙할 정도로 사악한 기가 흘러져 나오는 부적을 받아 들며 소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 그것도 사랑 때문에 한을 품게 된 여자의 한은 더욱 집요하고 악하지.”'“혹시…….”'여인의 날카롭고 잔인한 입 꼬리가 싱긋 올라갔다. '“여자들의 피를 마시며 제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원귀가 있다. 그것을 조종해라.”'* * *'“풍악을 울려라, 축제를 시작하라!”'“풍악을 울리자, 축제를 시작하자!”'왁자지껄한 함성은 사촌 형님 휼의 커다란 고함 소리를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그래, 휘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텅텅-'누군가 은혈의 축제를 알리는 절고를 울리고 도심의 축제 못지않게 형형색색의 장식들로 어우러진 탈놀이와 용춤, 폭죽놀이와 종이 등을 누각 위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휘였다. 분명 어딘가에서 애증의 눈초리로 그를 응시하고 있을 고련천녀와 몇 해 전부터 끈덕지게 따라다니던 천무 궁의 감시어린 눈동자를 의식하면서 그는 양 옆에 짙은 향이 가득한 꽃 두 송이를 끼고 앉았다. '“폐하, 내려가 보지 않으실 거예요?”'“은혈의 축제는 대단하다고요.”'두 송이의 꽃이 천자의 품에 안기어 비음 섞인 음성을 흘려내고 있음에도 휘는 두 여인에게 반응을 하며 그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머릿속으로는, 두 눈으로는 계획을 세우고 다른 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아, 나도 알고 있지만 이 아름다운 두 송이의 꽃을 어찌 홀로 버려둘 수 있으리까?”'낮은 한숨을 내쉬며 두 여인의 거친 일이라고는 모르는 듯한 하얗고 보드라운 비단결의 손등에 번갈아가며 살며시 입을 맞추는 휘의 모습이다. '청색의 누각이요, 화려한 장식으로 되어 있는 기둥이며 바닥의 장식, 바닥에 깔린 서양에서 들여왔다던 귀중한 호피무늬의 털가죽의 깔개와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했음이 분명한 오만가지 산해진미와 함께 하는 그들이었다. '“아아, 천자께서도 차암.”'“부끄럽게요.”'천자의 따스함에 스러지는 두 여인을 한 가득 품고는 휘, 이내 처음으로 고련천녀의 동태를 파악했다. 언제부터인가 늘 짙고도 어울리지 않는 화장술로 얼굴을 감추고 묘한 애증의 눈길로 휘의 움직임을 따르는 그녀는 마치 인형 같았다. ''-대체 왜 이렇게 끈덕지게 구는 것이냐!''언젠가 매몰차게 그녀를 몰아붙였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얀 밀랍 인형 같은 얼굴로 조용히 뒤를 밟는 그녀가 성가셔서, 때로는 무서워져서 윽박지르고 정이 떨어질 정도로 폭언을 행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보라는 듯 여러 여인들을 맞이했다. ''-제 마음은 하나뿐입니다. 단지 폐하를 모시기 위해 태어났고 폐하를 위해 죽을 것입니다. 제 그릇이 크지 못하여 폐하를 모시지 못하는 것뿐이에요.'-널 폐할 것이다.'-절 폐하지 못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