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10년이다. 아니 정확하게 11년을 기다려 왔다. 그 생각에 미치자 그는 용기가 불끈 생겼다.'“선생님…… 아니, 연지 씨.”'그의 말에 연지는 상당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말을 이었다.'“이제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싫어요. 벌써 10년이나 지났어요. 이제 선생님도 아닌데. 선생님이라 부르는 거…… 싫어요. 그렇다고 누나라고 하기도 어색하고. 솔직히 그것도 싫어요. 저와 나이도 몇 살 차이 나지 않으니, 실례지만 그냥 연지 씨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래도 되지요?”'“명진아,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그녀는 애써 엄한 표정으로 그에게 타이르듯 말했다.'“대신 존댓말은 계속할게요. 설마 제가 그렇게 버릇없는 놈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아니, 내 말은 존댓말 듣고 싶다는 게 아니라…….”'“알아요. 무슨 말할지. 하지만 선생님으로 만날 거였다면 전, 오늘 이 자리에 안 나왔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그가 연지에게 한 발자국 다가와 한참을 고개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차마 그녀를 안지는 못하고 그녀의 두 팔을 살짝 잡더니 그녀와 눈동자를 맞췄다.'“저를 길들여 주세요. 나, 10년 동안 참았던 고백을 하고 있는 거예요.”'‘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한 말.’'연지는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누구에겐가 길들여지고 길들이는 것은 참으로 오래전의 일이었다. 누구처럼 사랑이라는 말을 남발하지 않고 그가 조심스레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의 오래전 제자였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가 그의 제안을 마다할 일은 없는 것 같았다.'‘그래도…….’'한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녀는 그에게 대답을 미룬 채 가늘게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