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꽃이 핀 화원이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꽃들이 여기저기 펼쳐진 정원 한가운데에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혼자 놀고 있었다. 아이를 발견한 순간,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천진난만한 눈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정원에 혼자 남아 있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 몸을 돌렸다. 아장아장, 아이는 겁도 없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다리 사이에 감기는 작은 손을 뿌리치기 위해 무릎을 꿇자 기다렸다는 듯 목을 감싸안았다. 고사리 같은 손이 목을 감싸안는 순간, 빙그르르 눈물이 돌더니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아기의 손이 눈물 자국을 따라 더듬더듬 내려오는가 싶더니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왜 그래?”'달래기 위해 아기를 다독거리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채어가버렸다. 조금 전까지 안고 있던 아이의 자리가 허전해 고개를 드는 순간,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는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켜버렸다.'“선준 씨?”'의아한 듯 그를 올려다보자 입가가 살짝 일그러지더니 칼날처럼 날카롭게 소리쳤다.'“내 아기에게 손 내밀지 마. 네가 죽여놓고 어디서 그런 더러운 손을 내밀어.”'“내가 안 그랬어요.”'“거짓말.”'선준의 품안에서 안도감을 느끼던 아이가 커다란 목소리에 놀랐는지 입가를 삐죽거리더니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달랠게요.”'“저리 가!”'선준이 아이를 보지도 못하게 품안에 꼭 안더니 반대쪽으로 걸어가버렸다. 소리치며 따라갔지만 얼마 뛰지도 못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세 사람에 의해 제지당하고 말았다.'“비켜요.”'“어딜 가려고 그래. 저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야. 내 아이라고.”'자영의 커다란 목소리에 시은은 세차게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내 아이야!”'걸음을 떼는 순간, 머리채를 잡아당기더니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버렸다. 가까운 거리가 금세 멀어졌고, 선준과 아이는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소름 끼치도록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와 귀를 틀어막았지만 우는 소리와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