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금지애 1권

스물여섯.'하나의 사랑이 끝나고 다음 사랑이 찾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그러나 사랑은 그 색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을 마치고 나를 찾아왔다. 아무런 예고 없이 느닷없이 찾아온 새로운 사랑. 그것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감정, 준비가 미처 되어 있지 않던 나를 찾아온 폭풍우였다.'움직일 수 있을까? '두려워졌다.'나를 가로막고 있던 콘크리트 벽. 숨막히게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그 벽 사이로 가늘게 빛이 스며들어 오고 있다. 그 빛은 내 얼굴에 정면으로 비쳐 왔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에게 날아오는 빛을 맞이한다. '빛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움직여야 해.'멍이 든 무릎을 감싼 채, 나는 일어서려 한다.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얼굴도 모르는 그를 향해 나의 손을 뻗어 그 손을 붙잡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킨다.'그의 얼굴이 보였다. '미소……. '이제까지도, 앞으로도,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내가 지금껏 붙잡고 싶었던 것은 손이 아니라 그 미소였음을 나는 깨달아버린다.'나의 스물여섯은, 그렇게 나를 스쳐 갔다.'''* * *''어제의 시내 교통사고'사망 1명'부상 1XX명'''오가며 아무 생각 없이 보았던 교통사고 현황판. 그 전광판의 숫자가 누군가에게는 가슴 철렁한 사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연은 처음 알게 되었다. 깨닫기까지는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기대고 싶은 사람을 겨우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조차도 사치였을까? 난생 처음 ‘가족’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자신의 사전에 넣을 수 있다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운명은 기대를 배반했다.'''슬. 프. 다.'이. 대. 로. 숨. 이. 멎. 는. 것. 이. 더. 나. 을. 까.'''하늘은 놀랄 만큼 푸르렀고 물은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만큼 맑게 그녀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바람도 시원한 화창한 오후. 그랬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던지기엔 눈이 시리도록 너무도 아름다운 날이었다.'그러나 보내야 한다…….'그의 육신은 어느새 재가 되어 그녀의 손에서 흩날렸고, 순간 그녀는 마지막 희망을 떠나보낸 것처럼 참고 있던 눈물샘을 터뜨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번 손에 닿았던 그 따뜻함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미리보기 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