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빛.'그런 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병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었고 어린 나를 둘러싼 세상도 그에 따라 점점 그 범위를 좁혀 갔습니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런 생각조차도 그 때의 내게는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완전히 빛을 잃었습니다.'아니,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때는.'그를 만나기 전까지는.'이제 그 마지막 빛을 놓아주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과분하리만치 아름답게 빛나던 그 빛을.'나는 소지품을 가방에 넣고 있었습니다.'무심결에 가방을 챙기는 손이 자꾸만 느려집니다. 입술을 깨물고 손을 부산하게 놀렸습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가 잠들어 있는 걸 방금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습니다.'지금 놓아주어야만 해요.'점자책을 넣었습니다. 이런 건 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요. 현교 오빠가 사준 점자 트럼프도 넣었습니다. 이 역시 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일 테니까요. 내가 이 방에 살았다는 흔적은 되도록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점자판과 점필을 넣으려다가 멈칫했습니다.'소용 없다는 것은 잘 압니다. 어차피 그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점필을 들어 종이에 구멍을 뚫는 중에도 왠지 이런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괜스레 웃음이 나옵니다. 한 단어의 짧은 문장을 적은 다음, 점자판을 도로 가방에 집어 넣었습니다. '컴퓨터는 가지고 갈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라고 해 봤자 무겁지는 않지만 가방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일 텐데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습니다.'숨이 막힐 것처럼 가슴이 조여 들어옵니다. 이 공간에는 그와 함께 보냈던 수개월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조건을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만약 추억을 영상으로 간직하고 있다면 그 무게는 한층 커져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그래도 감촉과 냄새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집 구석구석의 감촉과 냄새를 알고 있습니다. 아마 영원토록 잊을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