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사기! 이대로 무너지나.]'오늘자 신문 일면은 온통 카니발 이야기뿐이었다. 외면하려 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동훈은 정하가 걱정이 되었다. 강한 척, 굴고 있지만 그가 아는 한 정하는 그렇게 강한 여자가 아니었다. '기사를 보고 재경과 연락을 취하려 여러 번 노력을 했지만,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았다. 소현이라도 연락이 되면 좋을 텐데, 그마저도 되지 않아, 동훈은 애간장이 녹아내렸다.'‘넌, 어디서 뭐 하고 있니.’'이번 일로 정하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도무지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초조함과 걱정에 발을 동동거리던 동훈은 때마침 울리는 벨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정하일까? 혹시 정하에게 온 전화일까?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액정 화면을 확인한 그의 얼굴에 금세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정하가 먼저 그에게 연락을 해올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기대를 하게 되었다. '국제전화였다. 미국 쪽에는 서경과 크리스 외에 아무에게도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누가 전화를 걸어온 것일까?'“여보세요.”'-나야, 동훈아.'“재경이?”'-그래, 나야.'휴대폰 너머로 무척이나 지친 듯한 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럽 진출을 한다고 참으로 좋아했었는데, 그 일이 실패로 끝났으니 가슴이 많이 쓰릴 것이다.'“어떻게 된 거야? 여러 번 연락했는데, 연결이 안 되어서 걱정했어.”'-신문 봐서 대충 우리 상황은 알지? 그래서 부탁 좀 하려고 전화했다.'“부탁? 무슨.”'창밖으로 무섭게 쏟아지는 비를 동훈은 오롯이 바라보며 물었다.'-너, 이쪽에 아는 변호사 좀 있지? '“소송 들어가기로 한 거야?”'-자세한 이야기는 돌아가서 할게. 일단, 네가 유능한 변호사로 좀 알아봐 줘. 부탁한다.'“걱정 마. 그쪽으로 잘 아는 변호사 있으니까, 부탁해 볼게.”'-고맙다.'늘 자신감으로 가득 있던 친구의 기운 빠진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동훈도 절로 기운이 빠졌다. 재경과 전화를 끊고, 바로 친분이 있는 변호사에게 그답지 않게 여러 번 고개를 숙여 부탁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 오랫동안 통화를 하느라 뜨거워진 휴대폰을 쥐고, 방에서 빠져나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바람이라도 쐬지 않으면 이대로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우산을 챙겨 집 밖으로 나와 정자로 향하던 동훈은 익숙한 실루엣이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하였다. 언제부터 와 있었던 것인지 정하는 동상이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정하……, 정하야!”'천천히 정하에게 다가가던 동훈의 손에서 그대로 우산이 떨어져 나갔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정하가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동시에 동훈의 심장도 쿵하고 내려앉았다.'이대로 그녀를 잃게 된다면, 동훈은 살 수 없을 것이다. 절대로 정하를 잃을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