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탁탁탁.'“비켜요, 비켜! 응급 환자입니다!”'“비켜 주세요, 응급 환자예요!”'귤색의 제복을 입은 소방서 직원들과 하얀 가운을 입은 응급 환자 수송 직원들이 병원 침대를 밀며 다급하게 외쳤다. 이어 데스크에서 환자 기록을 체크하던 의사 두어 명의 눈살이 잔뜩 일그러지더니 금세 응급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무슨 일입니까?”'고참으로 보이는 의사 한 명이 소방서 직원에게 물었다.'“승용차가 난간을 들이받고 떨어졌어요. 남자는 괜찮은 것 같은데 여자는 화상을 심하게 입었습니다.”'“알았어요. 간호사, 소지품 확인해서 가족들에게 연락부터 취해.”'“네, 알겠습니다.”'대답을 하는 간호사의 인상 역시 잔뜩 찡그려졌다. 그들의 인상이 찡그려지는 이유는 단 하나, 실려 온 여자의 얼굴이 너무 흉측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던 탓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의 가족들은 실려 오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자신들이 믿는 신을 불렀다.'계절이 겨울의 길목으로 들어가려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였다. 간호사들은 여자와 남자의 소지품을 뒤져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남자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호텔의 외아들이었다. 하지만 여자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연락처는 단 하나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부모님도, 형제자매도 아닌 친구 이주영이라는 이름 하나.'“여보세요, 신진우 씨 댁이죠? 여기는 XX 병원인데 현재 아드님께서 저희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와 계십니다. 빨리 와주세요.”'간호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설명한 뒤 전화를 끊고서 여자를 위해 또다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여보세요, 이주영 씨 되시죠? 여기는 XX 병원인데 지금 김수연 씨께서 저희 병원에 실려 와 계십니다. 빨리 와주세요.”'간호사가 각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전화를 끊는데 그때 응급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수연 씨, 정신 차려요. 김수연 씨!”'순간 또 다른 간호사가 뛰어나오며 연락을 취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외쳤다.'“이 간호사, 원장 선생님한테 연락 드려.”'“네, 알겠습니다.”'그리고 응급실에서 의사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50줄!”'“50줄!”'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여자의 맥박이 매우 희미했기 때문이다.'“100줄!”'“100줄!”'의사가 200줄까지 올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자 그제야 희미하던 여자의 맥박이 조금씩 정상 궤도로 올라왔다.'병원은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내과, 외과를 비롯해 성형외과 의사들까지 호출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와야 했다. 여자의 얼굴이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들어오는 사람마다 여자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눈 밑으로 화상을 입어 사람의 얼굴이 아닌 마치 괴물의 얼굴을 보는 듯 느껴질 정도였다.'그렇게 피투성이와 괴물 같은 얼굴로 실려 온 남자와 여자는 그때부터 엇갈리기 시작했다. 사람을 이용한 신의 질투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