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도서실

初.''''한 남자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와 척척 발걸음을 옮기더니 어느 한 지점에 멈춰 서서 밖에 걸린 문패를 소리 내 읽어보았다.'“도서실.”'이윽고 그 남자는 거침없이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대출카운터 안쪽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 두 명이 보였다. 머리형이 단발인 여자는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면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고, 머리를 묶은 또 다른 한 명은 ‘EM’으로 시작되는 몇 자리의 번호로 이루어져 있는 라벨스티커를 책표지에 붙이고 떼어진 스티커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책 여기저기에 직인을 찍어대고 있었다. '저번에 와서 물어봤을 때 입수된 도서에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두 여자는 사람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봐버리자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는 괜히 서가 한 바퀴를 빙빙 돌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여자가 있는 방향으로 틈틈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 순간 그 작업이 다 끝났는지 도란도란 이야기소리가 나자, 남자는 성큼 걸어가 머리를 묶은 여자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도서실 맞습니까?”'“밖에 글씨 안 보셨어요? 똑똑하신 분이 이젠 글도 못 읽나 봐요?”'“도서실은 도서실인데 자료가 없는 도서실이라.”'“그렇게 자료가 필요하시면 서점에 가서 사시죠. 아님 기부를 하든가.”'“월급 많이 받는 사서 분께서 자비를 들이는 건 어때요?”'보은은 미칠 것만 같았다. 한동안 얼굴 좀 안 보나 했더니 오늘 또 저 면상을 들이댄 것이다. '지겨워 죽겠다! 허구한 날 도서실에 와서 트집을 잡더니 이젠 내 돈으로 책을 사서 모으란다. 내가 미쳤냐! 어차피 같이 나랏돈 먹는 처지에 왜 꼭 저 인간만 유독 지랄인지. 더럽게 멍청한 인간이었다면 말발로 이겨버릴 텐데, 대검에서도 유명한 저놈을 상대로 무슨……. 꼬이는 속을 풀며 보은은 환하게 말했다. '“해 검사님의 월급에서 반만 잘라주시면, 저도 제 월급의 반을 보태 서가에 꽉꽉 채울 만큼 도서구입을 하죠.”'“역시 돈 많으시군요? 그런데 나는 그런 돈 없어요.”'“그럼 도서실엔 신경 끄시고, 두 번 다시 오지도 마시고 일이나 열심히 하시죠.”'쌀쌀맞은 여자의 반응에 해 검사가 말했다.'“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말합니까?”'“아니요! 잘 안 오세요. 썰렁하잖아요, 솔직히. 좀 와주면 좋을 텐데.”'보은의 대답에 해 검사가 씩 미소 짓고는 얄밉게 말했다. '“그래서 직원들 대표로 내가 자주 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차보은 씨?”'그 말을 끝으로 해 검사는 출입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나가버린 남자의 뒤로 보은의 표정은 더욱 구겨졌다. '으아악! 썩을 놈! 귀신은 뭐 하는 거래, 저런 인간 안 잡아가고! 경찰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저런 인간 감방에 안 처넣고! 보은은 근무 중인지라 자신의 머리만 쥐어뜯으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반면, 도서실에서 나온 해 검사의 표정은 몹시 흐뭇해 보였다. 차보은이라는 여자가 너무 웃겼다. 열을 받아도 제 딴에는 표정관리를 한답시고 억지로 웃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너무 티가 났다. 더 웃긴 것은, 자신을 죽도록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물어보는 질문에는 꼬박꼬박 대답을 해준다. 자신이 도서실에 들러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보은의 표정은 아주 볼만해졌다. 그런 이유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도서실을 찾곤 했다. 차보은이라는 여자가 사서주사보로 있는 곳, 도서실에. '자신을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보은이 안다면 사표를 제출할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들자 해 검사는 더욱 활짝 웃었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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