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하아…….”'서은은 옥탑방의 문을 열고 나와 기지개를 펴고는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10평 남짓한 이곳 옥탑 방으로 들어온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4년 전 서은은 사랑이 많으신 부모님과 아무 걱정 없이 화목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나 활기 넘치고 웃기를 잘하는 대학 1학년 스무 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부모님 모두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었던 약혼자는 하늘 아래 아무도 없는 그녀를 버렸다. 그때, 아버지는 중소기업을 운영하셨는데 돌아가시고 금방 회사는 부도가 났다. 서은은 장례를 치르고 곧바로 살던 집에서 옷가지 몇 개만 가지고 쫓겨났다. 서은은 아무런 생각도 먹을 수도 없고 그저 울기만 했다. 그런 그녀를 부모님과 봉사를 하던 보육원 원장님이 데려가 아이들과 지내게 하며 그녀를 스스로 추스르도록 도와주셨다'3개월이 흐른 후 어느 정도 정신이 든 그녀는 통장 잔액의 전부인 오백만원으로 지금의 이 옥탑을 구했고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서은은 그저 남자가 좋아 그와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인 호텔경영학과에 지원한 학교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었다. 그래도 그녀는 부모님이 끝까지 공부하는 것을 바라실 것 같아 정말 독하게 하루 5시간 이상 자지 않고 공부해서 4 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올 2월에 졸업했다. 지금은 방학 때마다 일했던 경성호텔에 최종 면접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녀는 취업준비를 하며 선배 언니가 운영하는 호텔 건너편의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동안의 어렵고 힘든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서은, 힘내자.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가 되기로 했잖아. 힘내자.’'서은은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며 다시 기지개를 펴고 출근준비를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유혁은 아버지 회사계열의 경성 백화점 이사로 일하다 한 달 전 경성호텔 사장으로 오게 되었다. 오늘은 임원들과 조찬 겸 회의가 있는 날이라 움직이는 차안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유혁은 유학에서 돌아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쉬어 본적이 없었던 그는 보고 있는 상반기 회계자료의 숫자들이 제멋대로 춤을 추기 시작하자 자동차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너무 무리를 했군.’ '그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그때, 유혁의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앞 자석을 꽉 움켜쥐었다.'차가 도로에 마찰음을 내며 멈춰 섰다.'“무슨 일이야?”'유혁은 인상을 쓰며 앞을 보자 사고가 난 것처럼 보였다. 유혁은 차 문을 열고 자동차 앞으로 갔다. 자전거와 함께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유혁은 얼른 다가가 여자를 안아들고 김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어서, 차문 열어.”'놀라서 서 있던 김 비서가 정신을 차리고 뒷문을 열자 유혁은 여자를 안아들고 앉았다. 안아드는 순간 여자의 머리가 유혁의 품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그는 심장이 쿵하고 울리는 것을 느꼈다. 유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앉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빨리 병원으로 출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