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새카만 밤하늘, 그리고 반짝거리는 별들. 때때로 별이 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사라져 마치 눈을 뜬 채로 꿈을 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밤에는 바깥에 나간 적이 없다. 해가 지면 언제나 그녀가 있을 곳은 이 교회당의 구석방이었다. 낮에 그녀가 지겹도록 돌보고 있는 야채밭이 보이고, 저 멀리 어디로도 갈 수 없는 하얀숲이 있고, 그리고 그 위로 하늘이 보인다.'창문으로 나가서 도망쳐 볼까 옛날에는 진지하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하얀숲은 마법을 쓸 줄 모르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몇 번을 거기서 헤매다가 잡혀왔고, 결국은 똑같은 생활로 되돌아왔다.'지겨워.'전부 다 지겨워.'살아가는 것조차 지겨워.'갑자기 어디선가 마법의 힘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찾아온 모양이다. 이 밤에? 일과가 끝난 지 이미 오래다. 별들의 위치를 보건대 한밤중을 지나 새벽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이런 시간에 도대체 누가 온 걸까? 그녀는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밤에 저 문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쩌면 소리 정도는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문에 귀를 꽉 누르고 있어도 자그마한 발소리 하나도 들려오지 않는다.'포기하고 그녀는 침대로 돌아가서 누웠다. 창의 덧문을 열어놓은 채라서 반짝거리는 별들이 고스란히 보인다.'“좋다.”'그녀는 멍하니 중얼거렸다.'세상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곳일까? 어떤 곳일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하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학술원의 노인네들. 아, 그 노인네들은 지금도 가끔씩 보고 있지. 안 봐도 되는데.'다음번에는 그냥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그러길 바라는 거잖아, 다들.'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어깨까지 당겨 덮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에서 문소리가 들리고는 다급한 발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반쯤 몸을 일으키고 문을 쳐다보았다. 별실과 본채를 막고 있는 저 중간 문이 한밤중에 열린 적은 그녀가 기억하기로 단 한 번도 없었다.'더더욱 놀라운 것은 누군가가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