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서른이다.'더도 덜도 말고 딱 서른. 빼도 박도 못하는 서른. 만 서른 살.'“아, 젠장.”'방금 샤워해서 김이 서린 거울을 한참이나 노려보던 정연은 돌아서서 화장실에서 나왔다. 얼굴에 새로 주름살이 생긴 것 같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는데.'“이게 바로 나이 서른인가 보네. 젠장, 젠장, 젠장.”'그녀는 욕설을 중얼거리며 속옷을 입었다. 느낌일지 모르지만 어제보다 가슴까지 처진 것 같다.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한참이나 의심스럽게 내려다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브래지어를 했다.'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기분은 내내 불쾌했다. 지난 주말에 친구들 몇 명과 미리 조촐한 생일 파티를 했을 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랑 똑같잖냐. 25일 지나면 땡이야, 땡.’''그 자리에서 케이크를 그 자식 얼굴에 엎어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세상에는 늘 그렇게 생각 없는 놈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데 일일이 대응하면 자신만 피곤할 뿐이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불쾌했다!'“임정연, 성질 많이 죽었다.”'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에 감고 있던 수건을 풀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래, 이게 바로 나이가 먹은 증거인지도 모른다. 성질이 죽었다는 거.'세상에 태어나서 벌써 서른 해나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보다 더더욱 믿어지지 않는 것은 서른 번째 생일날을 같이 보내줄 남자 하나 없다는 점이었다! 천하의 임정연이!'마지막으로 남자와 헤어진 게 벌써 6개월 전 일이었다. 6개월이나 사귀는 남자 없이 있었던 건 대학교 2학년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벌써 십 년 전인가? 이런. 그동안 만났던 그 많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이해할 수가 없다. 자기 전에 멋진 남자 하나 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해야 되나?'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눌러 말리며 그녀는 멍하니 간밤에 꾼 꿈을 떠올렸다. 어쩌면 이렇게 기분이 나쁜 이유는 그놈의 꿈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