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팍팍하다, 돈이 없으면''9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이었다. 가게는 붐볐고, 자리가 비는 즉시 다시 손님이 찼다. 웅성거리는 홀 근처의 카운터에서 마담이 소리쳤다.'“민아, 3번 방에 손님 다섯.”'“네.”'민주는 대기실이라고 부르는 휴게실에서 수다를 떨고 있던 다른 직원들에게 손짓을 한 다음 주방에서 나온 안주 쟁반을 들고 앞장섰다. 뒤따라오던 스물일곱의 채영이 한숨을 쉬었다.'“오늘따라 너무 피곤하다. 노인네들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아까 좀 어린애들 들어가던데. 난 차라리 아저씨가 낫더라. 보는 맛은 없긴 하지만.”'스물다섯의 정미가 술병이 든 쟁반을 든 채 중얼거리자 채영이 피식 웃었다.'“너야 아저씨 킬러니까 그렇지. 난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 싫어해.”'“아저씨 킬러는 민주지. 안 그래?”'민주는 뒤를 힐끔 돌아보고는 눈을 굴린 다음 방문을 노크했다. 맨 뒤에서 따라오는 스무 살 남짓한 여자 아이 둘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소곤거리고 있다. 가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들은 아직도 이 일이 꽤나 즐거운 모양이었다.'방음장치가 된 방 안에서는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어!”'노래라기보다는 거의 악을 쓰는 목소리에 세 여자는 피곤한 시선을 교환하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화사하게 변하며 목소리도 교태 부리듯 바뀌었다.'“안녕하세요! 채인이에요!”'“전 제이라고 불러주세요.”'“전 민이고 이쪽의 둘은 앤이랑 미나예요.”'다섯 명의 남자는 평소 가게에 오는 남자들에 비하면 젊은 편이었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들은 여자들이 들어오자 얼굴을 환하게 빛내며 마이크도 내팽개치고 손짓을 했다.'“자, 자, 이리 앉아. 너 귀엽다, 이리 와라.”'하나씩 손을 내밀어 여자들을 덥석 자기 옆으로 끌어간다. 민주는 쟁반을 내려놓은 다음 안주를 테이블 위에 놓고서 빈자리를 찾아 빙 둘러보았다. 혼자 앉아 있는 남자가 희미하게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는 방긋 웃으며 엉덩이를 흔들면서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제 자리는 여기인가요?”'“앉아주면 나야 고맙죠.”'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살짝 옆으로 비켜 앉았다. 묘하게 예의 바른 말투에 민주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처음에 얌전한 인간이 취하고 나면 가장 역겨운 법이다.'룸살롱 ‘수잔나(Suzanna)’에서 일한 지 벌써 일 년 반이다. 그전에도 뭐 그리 아름답고 예쁜 것만 보고 산 건 아니지만, 가게에서 일하면서 특히나 더러운 꼴을 많이 본지라 이제는 무얼 봐도 그리 좋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남자들이란 껍질을 벗겨보면 다 똑같은 존재라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동화 속 왕자님 같은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아, 무슨 책인가 보니까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자는 사실은 시체에다 그 짓 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였다더라. 그러니까 결국엔 동화 속 왕자님도 똑같다는 거다.'그러니 기대할 필요 없다. 언제나 최악의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게 정신 건강에 가장 편하다. 그녀는 방글방글 웃으며 능숙하게 술병 뚜껑을 따고서 그에게 내밀었다.'“자요, 받으세요. 한잔해야 기분이 나죠.”'다른 사람들도 언제나처럼 다른 술병을 따서 옆 자리의 남자들에게 따르기 시작했다. 다섯 명에 양주 세 병, 나쁜 시작은 아니다.'“아가씨도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