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시다. 회식.”'“오늘요?”'“네, 오늘.”'“내일 쉬는 날이에요?”'“아. 우리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쉽니다. 내일은 문 닫는 날이 아니죠.”'“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한 달에 두 번 쉬는 게 대체 알바 맞아요?”'“뭐, 그럼 직원 하실래요?”'이나가 멍한 표정으로 재하를 바라보자 그는 그녀를 끌고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맘껏 드세요. 이런 날 자주 없으니까.”'“내일도 늦으면 그만 나오랄까 무서워서 싫어요.”'“술 잘 먹어요?”'“아니요.”'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맥주가 나오자마자 잔에 따랐다. 맥주 몇 잔이면 고개가 흔들리는 이나지만 오늘따라 술이 달콤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꿀꺽거리며 안주와 열심히 입 속에 넣었다. '“오늘은 죄송했어요. 오랜만에 출근하려니까 설레서 일찍 일어났어요. 시간 약속 못 지키는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절대. 준비를 마치고 시계를 봤을 땐 분명히 아홉 시였는데 잠깐 사이에 열 시가 다 되어 있었어요. 뭐, 변명이죠.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에요. 앞으론 절대, 맹세코 늦는 일 없어요. 늦으면 스스로 그만두겠어요.”'이나는 조곤조곤 말을 했다. 재하는 조용히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저 못 믿으세요?”'“믿을 만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흥.”'콧방귀를 뀐 이나는 다시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재하에게 들리지도 않게 혼자 구시렁대며 먹는 것에 열을 냈다. '“천천히 드시죠.”'“하도 일을 했더니 배가 고파서요.”'“우리 아까 저녁 먹었습니다.”'“흥, 체.”'제대로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골고루 잘도 먹었다. 재하는 이나의 손길이 음식을 향할 때마다 눈동자를 도르르 굴렸다. '“파도 안 먹고 양파도 안 먹고 채소는 손도 안 대고.”'“그게 뭐요!”'“아닙니다. 맘껏 드세요.”'꽥 소리를 지르는 이나를 향해 재하는 도리질을 치며 시선을 거뒀다. 한참을 먹는 것에 집중하던 그녀는 시간이 지나자 혀가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깐요. 제가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요.”'“최이나 씨, 취했어요?”'“노! 그렇지 않아요.”'“그만 갑시다.”'“어? 여기 음식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왜 가요? 다 먹고 가야죠.”'이나의 눈은 반쯤 감기고 발음은 흘리고 고개가 흔들린다. 그럼에도 고집을 부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자 재하도 다시 의자에 앉았다. '“내일 또 늦으려고 그래요?”'“아니! 사장님 진짜 너무하세요. 읍.”'순식간에 이나는 밖으로 나갔고 미간에 주름이 생긴 재하는 재빨리 계산하고 그녀를 찾아 나갔다. '“웩. 우웩.”'“으그.”'재하가 그녀의 등을 탁탁 하고 두드렸다. '“웩. 사람이 그러면. 웩. 안 돼요. 한 번 늦은 걸. 웩.”'“다하고 말하죠.”'“아니, 소심하게 남자가. 웩. 열심히 할 거예요. 웩. 걱정하지 마요.”'쪼그려 앉아서 전봇대를 잡고 그래도 해명하겠다고 말하는 꼴이라니. 재하는 그녀를 볼 때면 어이없는 웃음이 자꾸 흘러나왔다. '“하아.”'“괜찮아요?”'막 고개를 든 이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절대 안 늦어요. 이제 집에 가죠.”'전봇대를 잡은 손에 힘주어 일어난 이나는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두어 발자국 뒤에 서 걷던 재하는 이나를 불렀다. '“우리 좀 만납시다.”'“에? 언제요?”'“아…… 그러니까 좀 만나자 말입니다.”'“그러니까 언제요? 우리 내일도 만나잖아요.”'“그러니까…… 우리 사귑시다!” '“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