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아이 여아희''“엄마, 나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어.”'4월의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은 창가에서 조그만 아이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응?”'부엌에서 아이의 간식거리를 준비하던 엄마가 아이를 돌아보았다.'“정말이야. 나 그 아이가 정말 좋아.”''올해 일곱 살 된 딸아이의 진지한 고백에서 설익은 사과향기가 났다. 아이는 말하기가 무섭게 큰 눈동자를 일렁이더니 투명한 빛을 토해냈다.'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눈물이 흐르다니 아이의 순수한 감정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아희야,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유치원을 다녀온 아이는 가방을 정리하고 손을 씻고 주방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었다.'“엄마 친구를 좋아하는 것이 나빠?”'‘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나쁜 것일까? 나 또한 살아온 날들의 절반을 풀어보아도 답을 찾지 못한 숙제가 아니던가?’'“아니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그게 왜 나빠?”'미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입속에서 말이 되어 나왔다. 훌쩍이던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말갛게 웃어 보였다.'“그지? 그거 나쁜 일 아니지 엄마?”'동그랗게 뜬 큰 눈을 반짝거리며 아이는 엄마의 대답을 기다렸다.'“응, 아니야. 아희 그 친구 어디가 좋아? 많이 좋아?'“아직은 잘 모르겠어. 엄마.”'아희는 조그맣게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학원 갈 준비를 하고선 집을 나섰다.'엄마의 눈에 아이는 아직 조그맣고 어리기만한데 아희는 어느새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게 될 만큼 커 버린 걸까?'아이들이 빠른 걸까? 아희가 이른 걸까? '아이의 고민에 천 가지를 눈물에 만 가지를 고민하게 되는 엄마였다.'‘아희가 좋아하는 아이가 누굴까?’'듣는 이 없는 공간에 공연히 혼잣말을 하던 엄마의 물음은 아희의 유치원 입학식 날로 거슬러 올라갔다.''그날은 유치원 입학식 날, 엄마는 아희가 일곱 살이었지만 12월생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거나 생각하는 것이 어려 학교에 적응이 힘들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엄마는 작년까지 다니던 사립유치원 을 졸업하고 올해는 인근 병설유치원을 보내게 되었다.'입학식 날 다른 아이보다 아희의 키가 많이 작은 것은 아닐까 살피며 비슷비슷한 키에 안도했던 엄마는 아이의 모습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아희는 뽀얀 얼굴에 속 쌍꺼풀이 진하게 져 뚜렷한 이목구비에 어깨너머로 찰랑거리는 참 머리가 어우러져 단아한 인상을 풍기는 아이였다.'입학식에는 사립유치원에서 알던 다른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아희에게 말을 걸었고 아희는 금세 새치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한 남자아이가 다가와 아희에게 눈을 흘기던 여자아이를 혼냈던 것이 떠올랐다.'그 아이는 같은 유치원에 다녔지만 반이 달랐다고 입학식이 끝나고 아희가 이야기해 주었지만 엄마는 여자아이가 아희에게 한 말이 가슴에 박혀와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없었다. '아희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아이는 엄마와 아희가 외출을 하면 곧잘 듣는 이야기를 아희에게 한 것이었다. '“아희야 너의 이모야?” '“네 엄마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