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정말 좋아해.”'어렵게 한 고백이었다, 정말 힘겹게 한 고백이었다. 어려서부터 내성적인 그녀였고, 무엇이든 속에 쌓아두는 일이 많았던 그녀라 그 고백은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자신의 감정을 자각했던 이후로 매일 매일이 힘겨워서 견딜 수 없었다. '복숭아꽃이 만개해, 눈꽃처럼 내려앉던 봄의 밤이었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달을 바라보던 환상적으로 아름답던 남자의 뒷모습이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용기를 내게 했다.'그리고 조용한 고백에, 남자가 돌아섰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 사람이 틀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대가 놀란 시선으로 그녀를 돌아보다가 지독한 혐오로 일그러지며 그녀를 보는 것에 그녀는 할 말을 잃고 패닉에 빠졌다.'“이게 누구야. 그 화냥년 같은 여자의 딸 아냐. 누가 제 엄마 딸 아니랄까봐, 아무 때나 눈치 없이 연애놀음이나 하겠다는 거냐? 감히 누구한테 고백을 하는 거야, 네 까짓 게!”'“나, 나는…….”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던 남자는 그녀에게 바싹 다가서며, 으르렁거리듯 지독한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다.'“세상이 두 쪽 나도 너 같은 거랑 연애놀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너와 네 식구들 제발 내 앞에서 꺼져 주지 않을래? 엄청, 보기 싫거든.”'알 수 없었다. 자신이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아니 애초 어떻게 그렇게 좋아하는 준우 오빠와 그 재수 없는 준혁의 뒷모습을 헷갈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잘못된 상대라는 것을 깨닫고 당황에 젖어 뭐라 할 말을 찾기도 전에, 그가 쏟아 붓는 그 지독한 말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그녀는 그대로 굳어있었다.'하지만 얼마 후 알았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향해 지독한 혐오의 시선을 던지곤 하던 그 준혁의, 그 밤의 폭행 같던 언사가 그에게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그 며칠이 지나기도 전에 깨닫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