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 굉장하구나. 소희 너 매일같이 약한 소리만 하더니 한다면 하잖아.”'“으흠. 천재라서 그래.”'“맞아, 천재야, 천재. 소희 넌 진짜 천재야. 예쁘다.”'가만히 캔버스로 다가서면서 태희가 손을 뻗다가 종이에 닿기 직전에 주춤했다. 옆에서 소희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태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만져도 돼. 어차피 너 주려고 그린 거니까.”'“나? 정말? 정말 나 주려고 그렸어?”'멍하니 그림을 보던 태희가 화들짝 놀라서 소희를 돌아보며 재차 확인했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안 그럼 내가 이런 꽃 그림을 왜 그려? 당연히 너 때문이지. 어라? 왜 그런 표정이야? 이제 보니 별로야?”'“그런 게 아니라….”'다시 그림으로 고개를 돌리며 태희는 말끝을 흐렸다. 커다란 캔버스를 채우고 있는 벚꽃 그림을 보았다. '가냘픈 가지가 휘어지도록 만개한 벚꽃과, 그 뒤로 은은하게 하늘을 물들인 석양의 조짐. 태희가 언젠가 말했던 풍경이다. 세상이 바로 그런 순간에 고정되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아름다웠다고. 소희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런 순간에 세상을 멈춰줄 힘은 없지만 꿈의 조각쯤은 흉내 낼 수 있다고 했었다.'비록 그 흉내 내기가 말만큼 쉽지가 않아서 그려주겠다고 말한 것에서 시간이 2년 가까이 지나버렸지만. 알고 보면 그림에 있어서 소희는 완벽주의자에 가까웠던 것이다. 지금 이 유화도 스케치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5개월이 넘게 걸린 터였다. 주겠다고 하면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는데 처음 그림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던 표정에 어느샌가 미묘한 근심이 섞여 있었다.'만져도 된다고 말했는데, 여전히 태희는 그림에서 손가락을 약간 띄우고 있다. 오늘 막 붕대를 풀었다고 하는 손은 비교적 깨끗하지만 손 안쪽에서 보면 약간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림 속에 들어가기라도 할 듯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자신의 손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윽고 한숨을 내쉬며 태희가 손을 거둬들였다. 소희를 돌아보면서 빙긋 웃었다. '“너무 예뻐서 안 돼. 이렇게 예쁜 걸 둘 만한 곳이 없어.”'“그냥 벽에 걸어놓는 건데? 우리 집에 남는 액자 많으니까 줄게.”'“그런 이야기가 아니야.”'태희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듯 쓸쓸히 미소한 뒤 그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예쁜 그림도 재경이가 준 실국화처럼 만들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너무도 슬플 거야. 그녀의 눈이 우울한 빛으로 어두워졌지만 문득 자신의 왼팔 손목에 있는 팔찌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주먹을 꼭 쥐면서 부러 밝은 표정을 짓고는 소희에게 다시 말했다.'“나중에, 나중에 내가 그럴 만한 여건이 되면 가져갈게. 그때까지 보관해줘.”'“나중에?”'“응. 이 그림을 둘 수 있는 곳을 갖고 말거야. 꼭.”'“헤에, 내 말대로 독립하기로 맘먹은 거야?”'지금은 힘들겠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맞춰서 집을 나오는 게 어떠냔 말은 수도 없이 한 말이었다. 그때마다 태희는 엄마를 두고 나올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번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웃었다.'“너 대학 들어갈 때쯤엔 오빠도 군대 제대해 있을 거 아냐. 엄마는 오빠한테 맡기고, 너는 기숙사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내 말대로 우리 집에 오는 게—”'“오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