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온 친구였다. 유진과 채준은 유치원 시절부터 알던 사이고, 상경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앞집으로 이사를 와 같은 학교에 다니며 친해졌다. 커다란 가방을 매고 셋이 나란히 등교하는 그들을 동네 어른들은 ‘하얀동 삼총사’라고 불렀다.'채준은 활달한 성격에 개구진 면이 있었다. 아이들과 잘 어울려서 학창 시절 그의 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끊이질 않았다. 한마디로 학교에서 인기 짱이었다. 덕분에 녀석과 매일 등하교하는 유진은 질투심 많은 여자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그와 반대로 상경은 조용한 편이었다. 특유의 침착함과 사리분별에 능한 성격으로 리더 역할을 잘해나가는 스타일이었다. 성적이 뒤에서 헤매던 채준과는 반대로 상경은 아이들 사이에선 공부 잘하는 애로 통했다. 그래서 그들은 툭하면 싸움질을 해댔고 싸우면 싸울수록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유진으로선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사소한 일로 주먹질을 하다가도 그 다음 날이면 언제 싸웠냐는 듯 딱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유진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그들의 행태에 피곤할 뿐이었다.'하얀동 삼총사는 모험을 좋아했다.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 시절엔 동네 뒷산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탐험을 했다. 언제나 앞장서는 것은 채준이었고 그 뒤를 상경과 유진이 따랐다. '“자, 내 손 잡아.”'가파른 언덕길에서 늘 유진에게 손을 내밀어 끌어주는 것은 상경이었다. 반대로 채준에겐 유진은 항상 뒷전이었다.'“얘들아, 저기 저 집 보여?”'채준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삼총사가 숨어 있는 풀숲 저만치 앞쪽에 집이 한 채 보였다. '“저 집이 귀신 집이래. 밤만 되면 귀신들이 잔뜩 몰려서 밤새 춤추고 노래하고 논다더라.”'“치, 거짓말.”'유진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사실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상경 역시 침을 꿀꺽 삼키며 말없이 집을 바라보았다.'“진짜야, 어른들이 하는 말 들었단 말이야. 그래서 저 집엔 지금 아무도 살지 않는 거래. 귀신들 때문에 살 수가 없대.”'채준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듯한 유진을 보며 진짜라는 양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처럼 낮인데도 음침하고 어두컴컴해 보이는 집은 귀신 집이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덜컹!'“까아아악!”'그때 갑자기 사람이 안 산다던 그 집 대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셋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달렸다. 채준과 상경보다 발이 느린 유진이 뒤에서 따라가다 철퍼덕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유진아!”'앞서 가던 두 아이가 뒤를 돌아 유진을 바라보았다. 잔뜩 겁을 먹은 그들이었지만 유진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유진아, 괜찮아?”'상경이 먼저 달려와 걱정스레 물었다. 유진의 두 무릎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유진은 울먹거리다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엄마아아!”'“우, 울지 말고. 내 등에 업혀. 집에 가서 약 바르면 돼.”'채준이 그녀를 달래며 등을 내밀었고 유진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그의 등에 업힌 채 동네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