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章''''경년(景年) 407년. 포근함이 물씬 풍겨오는 어느 봄날의 오후였다. '한창 잔치가 무르익던 경(景) 황궁의 안이 유독 시끌벅적해지더니만 황제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하하하! 참으로 신통스럽구나. 어찌 그리 노래를 잘 부르는고?”'화려한 금관을 쓰고는 옥좌에 앉아 있는 황제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커다랗게 웃었고, 그를 본 황후 또한 오른손으로 살며시 입을 가리며 행복한 듯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아이, 아바마마도 참! 그리 말씀하시면 소녀 부끄럽사옵니다.”'황제의 칭찬에 방금 전에 노래를 마친 소녀가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활짝 웃었다. 그녀가 바로 올해 여덟 살이 된 황녀 서화였다. '서화는 아직 어린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어미와 언니를 닮아 벌써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미색과 더불어 그 특유의 총명함과 호기로 벌써부터 유명한 황녀였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던 서화는 문득 저를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에 아래에 늘어선 대신들과 그 가족들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서화의 시선 끝에 황급히 뒤쪽으로 숨어드는 작은 인영 하나가 보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서화의 관심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바마마. 소녀가 서화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나이다.”'황제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서화의 언니 수화(秀華)가 흥을 깨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황제에게 속삭였다. '방년 열일곱인 수화는 어린아이답게 발랄하고 귀여운 서화에 비해 무르익은 청초함과 여성스러운 기품이 물씬 풍기는 황녀로, 수화와 서화 두 황녀는 크고 또렷한 눈망울과 붉은 입술, 웃으면 왼쪽 볼에 곱게 패는 보조개가 황후와 꼭 닮은 황제의 자랑들이었다.'수화의 이야기를 들은 황제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짝짝—. '황제가 손뼉을 치자 모여 앉아 있던 고위관리들과 황후, 그리고 서화의 시선이 황제에게로 향했다. '모두의 시선을 한자리에 모은 황제가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수화의 말을 모두에게 전했다. '“수화가 서화에게 줄 것이 있다 하오.”'“와아! 언니가요?”'황제의 말에 서화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언니 수화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화가 조심스레 옆의 궁녀에게서 색 고운 붉은 비단으로 감싼 상자를 받아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와 서화에게로 향했다. '샤락—.'수화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끝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치맛자락이 바닥을 부드럽게 스쳤다. '누군가 모르는 이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하늘의 선녀가 지상으로 내려와 선물을 하사하는 모습이라 생각할 정도로 수화의 모습은 아름다웠다.'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의 서화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는 언니 수화에게로 다가갔다.'“언니, 이게 무엇이어요?”'서화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언니를 보며 물었다.'“이 언니가 사랑하는 동생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란다.”'그렇게 말하며 수화가 팔에 안고 있던 상자를 서화의 앞으로 내밀자, 서화가 얼른 그것을 받아 들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상자를 감싸고 있던 붉은 비단이 서화의 손에 닿자 보드랍게 쓸려 내려갔다.'드러난 상자의 뚜껑을 조심스레 연 서화가 상자 안에서 목걸이 하나를 꺼내어 들고 감탄에 겨워 입을 벌려 탄성을 내뱉었다.'“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