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합본] 미워할 수 없는 남자 (전2권/완결)

프롤로그''''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어두웠다. 그 하늘만큼이나 어두운 얼굴의 여자가 막 차에서 내려 유원그룹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높게 솟아오른 건물을 섬뜩할 만큼 비장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서린아! 이러지 마. 최서린!”'서린을 따라 다급하게 차에서 내린 희주는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촉촉이 물기가 어린 커다란 눈으로 노려보듯 건물을 올려다보던 서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앞에 선 희주에게 시선을 주었다.'“언니! 미안한데, 오늘 하루만 봐줘. 무슨 일인지, 왜 그래야 했는지…… 나 알아야 돼. 아니, 그 무엇보다 이 기사가 사실인지 그 사람 만나서 확인해야 된단 말이야.”'꽉 움켜쥐고 있는 구겨진 신문 뭉치를 보이는 서린을 보며 희주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로 인해 서린의 길게 드리워진 숱 많은 속눈썹에 물방울이 눈물처럼 맺혔다. 곱게 얼굴을 드러내듯 어깨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위로도 방울방울 이슬이 맺혀갔다.'얼굴을 찡그리며 하늘을 올려다본 희주는 서린에게 한 발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그래. 네 마음 아는데, 지금 말고 나중에. 응? 나중에 오자. 지금 저 건물 안에는 기자들이 쫙 깔렸을 거란 말이야. 이러는 거 너한테 이로울 거 하나도 없어. 오히려 마이너스야. 서린아! 지금은 비도 오니까 우선은…….”'희주가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경비원들에게 쫓겨 건물을 나오던 기자들이 서린을 발견하고 달려왔다.'“젠장!”'희주는 순식간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서린을 자신의 몸으로 막았다.'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쳐지며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뒤엉키며 청바지 아래의 단화가 벗겨지는 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희주는 필사적인 몸짓으로 서린을 보호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의 질문이 속사포처럼 여기저기서 쏟아졌다.'“최서린 씨! 기사 내용이 사실입니까?”'“최서린 씨! 강지혁 씨를 만나러 오신 겁니까?”'“강지혁 씨와 사전에 논의가 된 것입니까?”'“한 말씀만 해주시죠.”'희주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다시 그들 사이로 파고들어 서린의 몸을 감싸 안고 유원그룹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 경비원들의 제지로 기자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통유리 너머의 소란을 두고 로비 안으로 들어선 서린을 바라보는 젊은 경비원의 얼굴에는 난처한 빛이 역력했다. 서린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듬고 침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사장님 좀 뵈려고 왔어요. 부탁드립니다.”'“오늘은 어떤 외부인도 출입시키지 말라는 지시가…….”'경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애원 섞인 서린의 음성이 이어졌다.'“부탁드릴게요. 잠깐이면 됩니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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