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아무리 널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예쁘게 봐줄 수가 없어. 너만 보면, 너무 더러워서 구역질이 치밀어! 너희 집 사람들은 다 그렇니? 하긴, 핏줄이 어디 가겠어? 네 엄마가 우리 아빠 꼬신 거 보면 안 봐도 훤하지!”'채 해가 뜨기도 전이었다.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복 언니 지선으로 인해, 미령은 잠옷 바람으로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린 채, 무방비 상태로 이복 언니 지선이 뿜어내는 독설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다. '입안이 참으로 텁텁했다. 갓 잠에서 깨어난 터라, 입안이 바짝 말라 마른 침 하나 넘기기 힘들었다. 미령은 시원한 물 한 컵이 간절했지만, 이복언니 지선의 기세로 보건데 미령에게 물 한 컵은커녕 한 모금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미령은 어떻게든 이복 언니를 집밖으로 내쫓고 싶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이복 언니의 모진 성격을 모두 받아들이고 참아낼 이해력과 인내심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고, 더 이상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마에 굵은 주름 몇 개를 그려내, 두 볼을 실룩거릴 수밖에 없었다.'“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일이세요? 제 얼굴이 보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닐 테고, 언니네 집 시계는 밤새 고장이라도 났나 보죠? 아니면 미쳐버렸던가! 눈이 있으면 똑똑히 보세요. 지금이 몇 시인지요!”'졸음과 신경질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톡 쏘며 미령은 한쪽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5시 45분. 깨어있기엔 이른 시각이었다. 평소 미령이었더라면 지금쯤 깊은 잠에 빠져있어야 마땅했다. 물론, 평소였더라면!'슬쩍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는 이복 언니 지선의 눈매가 더욱 일그러졌다. 흥! 콧방귀를 뀌곤 시간이 아무렴 어때, 라는 식으로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서서 미령을 다시금 찢어죽일 듯한 눈으로 쏘아보는 지선이었다. 미령 역시 처음부터 예상한 일인지라, 그럼 그렇지, 이 사람이 시간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더라면 정신 나간 사람마냥 새벽부터 문을 두드리지도, 발로 걷어차지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도 않았을 게다. 다른 사람들에겐 예의가 있으나, 유독 미령과 미령의 엄마에 한해서는 안하무인격인 이복언니 지선이었으니까.'“정말 더러워서! 더러워서! 나 참, ��!”'더럽다며 몸을 부들부들 떨던 이복언니 지선은 급기야 바닥에 걸쭉한 침을 뱉어내었다. 그녀가 뱉어낸 이물질은 미령의 발 언저리에 자리 잡았다. 미령은 이복언니 지선의 몰상식한 행동에 두 손을 불끈 쥐고, 이를 바득바득 갈아야만 했다. 아니,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이복언니고 뭐고 간에, 볼기짝을 한 대 날려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치밀었다.'“네 엄마가 어제는 전화해서, 간통으로 넣어버릴 거라고 협박을 하더라!”'“그래서요?”'“하! 그 여자의 그 딸이 아니랄까 봐. 뻔뻔스럽기는. 그래서요 라니!”'“그럼, ‘왜요?’라고 물을까요? 그걸로, 왜 절 찾아온 거죠?”'“몰라서 묻니?”'“모르니까 묻죠. 알면서도 묻는 바보가 있나요? 전, 알면서도 묻는 그런 친절함은 없거든요. 빨리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나가줘요. 오늘 9시부터 강의 있어요. 조금 더 자고 싶거든요.”'미령 또한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지선에게 지지 않고 그녀가 토해내는 말을 탁탁 받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