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모습이다.”'놀라 올려다보니 잔인함이 깃들어진 성진의 눈이 욕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떨면 안 된다!'수진은 성진의 얼굴을 본 순간 그가 여자가 떠는 것에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을 저절로 깨달았다. 그리고 함정에 빠졌다는 생각은 그 후에 들었다. 간혹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몸 로비, 성 상납 등은 원하지 않아도 필요악처럼 따라붙었다. 이 바닥에서의 성공은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성실과 재능만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처럼 어려웠다.'“호!”'엉거주춤 넘어진 수진이 입고 있는 팬티를 본 성진의 시선이 끈적해졌다.'오늘도 수진은 정후가 디자인한 끈팬티를 입고 있었다. 차라리 벌거벗고 있는 것이 더 점잖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모양의 팬티였다. 같이 속옷을 입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는 남자들이 자신이 입은 팬티를 볼 때마다 그녀가 야한 팬티를 입은 것만으로도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색정에 몸이 달은 여자로 생각한다고 했다.'혹시 이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야릇한 빛이 감도는 눈길로 성진이 그녀의 몸을 더듬어 내렸다. 수진의 온몸에 소름이 쫙 일어났다. 스멀스멀 송충이가 기어 올라가는 기분이었다.'간신히 몸을 수습하고 일어난 수진은 덜덜 떨리는 것을 감추고 억지로 태연한 목소리를 냈다.'“부장님께서…… 이곳엔…… 무슨 일이세요?”'그녀를 바라보는 성진의 눈은 마치 쥐를 앞에 둔 고양이의 눈처럼 기대감으로 충만해 있었다.'“매니저님이랑 감독님을 만나러 오셨다면…… 그분들께서 곧 오실 거예요.”'수진의 말에 성진이 느물느물 웃었다.'“왜 이렇게 순진한 척을 하나?”'“무슨 말씀이세요?”'성진이 손을 내밀자 한 걸음 물러났던 수진은 성진의 입가에 떠오른 만족감을 보고 곧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의연하게 버텼어야 했다. 떨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해선 안 되는 거였다.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하나님.’'신음이 절로 나오려 했으나 참아야 했다. 수진은 이번엔 물러나지 않았다. 눈길도 몸도 손끝도 목소리도 절대 떨어선 안 된다. '‘아저씨!’'수진이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부른 뒤, 다음에 생각한 것은 재준이었다.'“매니저가 널 아직도 굴리지 않았다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네가 아직 처녀라면서 네 매니저가 꽤 비싼 값을 불렀거든. 진짜 숫처녀인가? 속옷을 보면 처녀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데.”'성진의 손이 수진의 볼에 닿았다. 두려움에 구토가 올라왔으나 수진은 간신히 평정을 유지하고 빤히 성진을 바라보았다.'“응?”'성진은 손끝으로 천천히 수진의 뺨을 더듬었다. 수진은 떠는 속마음을 감추고 너 따위가 감히 내 상대가 될 수 있겠냐는 거만한 표정으로 성진을 바라보았다.'겁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호텔 방이라는, 밀폐된 곳에 수진은 지금 이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이다. 스멀스멀 밀려드는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수진은 억지로 참았다. 성진의 손이 어느 틈에 목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고 있어, 수진은 손을 들어 그의 손을 밀어냈다.'“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