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에 웨이브 진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그제야 부스스 일어나는 나를 오빠가 보더니 드레싱세트를 들고 다가와 이마를 짚어 봤다. 갑작스런 행동에 나는 몸이 움츠러들었다. '“열나는 거 알고 있습니까?”'“아……니요.”'“다른 덴, 아픈 데 없습니까?”'“……네.”'거기서 대화는 끊겼고 그는 후, 한숨을 쉬더니 소독을 시작했다. 뭐가 또 거슬리는지 드레싱 하는 내내 오빠의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다. 소독을 하는 동안 따끔거려 입술을 깨물던 내가 순간 누르는 통증에 참지 못하고 “아!” 소리를 내자 오빠가 쳐다봤다. '“아픕니까?”'“아니…… 아픈 건 아니고…….” '입술을 깨물면서 내가 말을 못 잇자 오빠는 소리 나게 포셉을 내려놓더니 팔짱을 끼고 날 똑바로 쳐다봤다.'“아픈 게 아니면, 뭐야?”'당황스런 질문에 나는 입만 뻐끔뻐끔 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입술까지 깨물며 참지 말고.”'다시 소독을 시작한 오빠는 아까보다 한결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고 하얀 거즈를 대줬지만 여전히 표정은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해열제 처방해 줄 테니까, 열이 떨어질 때까지 먹어.”'이미 지금 먹는 약도 충분히 독한데 또 약 먹으라는 얘기에 나는 떫은 표정이 됐다. 열도 별로 안 나는구먼. 대답 없이 내가 못마땅한 기색이자 오빠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할 말 있어?”'“없는데요……. 근데 약이 너무 독해서 입맛도 없는데 또 약을 먹으라구요?”'저는 늘였다 줄였다, 고무줄처럼 마음대로 말을 줄이는데 나만 계속 높이려니 바짝 약이 올랐다. '“열이 안 떨어지고 고열에 상처가 감염되기라도 하면 이선아 씨가 책임질 건가?”'빈정거리듯이 오빠가 되묻자 나는 다시 깨갱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너 잘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