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강효민이에요.'이제 막 60개월, 다섯 살 먹은 사내지요. 제 아빠 이름은 강철민이구요. 사람들이 아빠를 돌아온 싱글이래나 뭐래나? 아무튼 아빠와 저 두 사람이 살아요. '아빠는 변호사예요.'현직에서 뛰고 싶어 법관이 되었으나, 저 때문에 그만두셨다고 했어요. 근데 현직이 뭐죠? 검사였다고 하셨는데, 검사를 현직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저는 엄마가 없어요. 사실 언제 엄마라는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기억나는 것은 나와 아빠를 버리고 간 여자뿐이죠. 엄마는 어느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어요.'어느 날이었어요. 그때 제가 몇 개월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그날 전후로는 하나도 기억에 없어요. 그전에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 그 후에는 또 어떻고요.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죠.'“제발 가게 해 줘요!”'“목소리 낮춰, 아이가 깨잖아.”'그 여자의 새된 목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는데, 언성을 낮춘 무거운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눈이 붙은 것처럼 떠지지가 않아서 비비며 나갔더니, 여자를 가로막고 계셨어요. 아빠의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고 차마 제 방을 나갈 수가 없었어요.'“놔 줘요, 제발.”'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그날, 저는 어른들의 말을 다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효주야.”'“제발, 놔 달라고.”'“효주야. 다시 생각해.”'“더 이상 지긋지긋해서 견딜 수가 없어.”'“그래서 또 나가겠다는 거니?”'아빠의 눈이 너무 슬퍼 보였어요.'“이러지 말자. 응? 내, 내가 노력할게.”'“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요?”'그런 아빠를 보는데 이상하게 저도 막 슬퍼지더라고요. 하지만 울지 않았어요. 전 그 여자가 더 이상 아빠를 슬프게 하지 말았으면 했어요. 그리고 저도요.'“난 겨우 스물네 살이라고요. 정말 숨 막혀. 숨 막혀 죽겠어요. 이 모든 게. 난 결혼이 안 맞는 사람이었어요. 그거 몰라요?”'그 여자가 가슴을 막 뜯었어요. 옷을 벗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아니면 지금 저처럼 배가 아픈 건지도 모르죠. 이상하게 자꾸 배가 아파요. 배 보다 조금 위가 아픈 것 보니, 그렇다고 화장실 가고 싶은 배는 아니었어요.'“효민이만 아니었다면. 효민이만…….”'“장효주!”'“저랑 틀려요? 오빠도 효민이 아니었다면 저랑 결혼하지 않았을 거잖아요.”'“효주야, 제발.”'“싫어, 지긋지긋해. 내 마음대로 나 다닐 수도 없고, 놀러 갈 수도 없어. 오빠는 하루 종일 들어오지도 않지, 나 혼자서, 나 혼자서. 하루 종일 빽빽 울어대는 아이와 있어야 해. 오빠 그거 알아? 그거 아냐구!”'“내가 더 노력한다니까. 그러니 제발 다시 생각해.”'“싫어, 싫다구!”'여자가 막 비명을 질러댔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 벌벌 떨었지요. 어제까지 제가 엄마라고 부르던 사람이 아니었어요.'“그러니 이렇게 질척질척 들러붙지 말란 말이야!”'벌벌 떨고 있는데, 그 여자랑 눈이 딱 마주쳤어요.'그 표정이, 그 눈빛이…… 무섭기만 했어요.'엄마는 어디가고, 어떤 외계인이 엄마 몸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거든요.'“효민아…….”'저를 보더니 그 여자도 부들부들 떨었어요. 그제야 아빠가 저를 보았죠. 아빠가 저에게 달려오셨어요.'“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아가야.”'저를 안아주시며 제 등을 어루만지는 아빠의 손이 떨고 있었어요. 무섭기는 아빠도 마찬가지였던 거예요. 저도 아빠를 달래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빠도 무서워했으니까.'“괘아나. 괘아나. 괘아나, 아빠.”'떨어질까봐 꽉 붙들고 있으려고 아빠의 등을 어루만져주지는 못했지만 아빠를 달래주었죠. 엄마의 가면을 쓴 외계인이 우리를 노려보았어요. 달려들까 두려워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몸을 획 돌리고 나갔어요. 얼마나 안심했다고요.'“효, 효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