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위험한 사돈

툭.'“뚱땡아, 밥 줘.”'툭툭.'“밥 달라니까.”'“아씨…….”'어슴푸레한 어둠이 깔린 새벽이다. 해가 뜨려면 아직 두 시간은 남았건만, 혼곤한 잠에 빠져 있던 평원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과 퉁명스럽게 보채는 강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야, 온강! 내가 네 몸종으로 보이니? 아침부터 왜 자꾸 찝쩍대? 나 어제 세 시간 밖에 못 잤단 말이야! 정 배 고프면 새언니한테 차려 달라고 해!”'“누나는 지금 임신 중이잖아. 아직 잔단 말이야. 그러니까 빨랑 일어나서 밥 차려. 나 일하러 가야 돼.”'“어우, 씨…….”'“얼른!”'세 시간 밖에 못 잤다고, 피곤하다고 호소를 하면 좀 알아서 물러나 줄 것이지, 정말이지 고집불통에 독불장군이 따로 없다. 강의 재촉에 마지못해 침대에서 일어난 평원은 그의 손에 떠밀리듯 방을 나와 주방으로 향해야 했다.'“짜.”'애호박에 청량고추를 썰어 넣고 맛깔스레 끓여낸 된장찌개를 맛보던 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넌 어떻게 된 여자가 간도 하나 제대로 못 맞추냐? 이건 된장찌개가 아니라 소금찌개구만, 소금찌개.”'“먹지 마, 그럼!”'호강에 겨우면 요강에 똥을 싼다고, 안 차려 주려다 마지못해 차려 줬더니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짜증스레 쏘아대던 평원이 된장찌개를 회수하려 뚝배기로 손을 뻗자, 눈치 빠른 강이 잽싸게 그녀의 손을 쳐냈다. 먹성이 좋아서인지, 매번 맛이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그는 그녀가 차려 준 음식을 한 번도 남긴 적이 없었다.'“오늘은 카센터 회식 있어서 늦을 테니까, 누나보고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라고 해.”'“내가 자동응답기니? 그런 건 이따가 전화로 네가 직접 말해!”'까칠하게 쏘아대는 평원의 말에, 매콤하게 버무린 콩나물 무침을 집어 들던 강이 젓가락질을 멈추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그날이냐?”'“뭐, 뭐야?”'“오늘따라 왜 이리 까칠하냐고. 생리해?”'“어머머! 기가 막혀…….”'생리라니, 어떻게 남자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저딴 말을 할 수가 있는 건지. 능청스러운 강의 말에 평원은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누가 능구렁이 아니랄까 봐, 말본새하고는!'오만상을 찌푸리며 못마땅해 하는 평원을 무시한 채, 우걱우걱 밥을 먹던 강이 깨끗이 비워진 밥공기를 내려놓으며 식탁에서 일어났다.'“까칠한 뚱땡이는 꼴불견이니까, 암만 마술에 걸린 날이라도 성질 좀 죽여라.”'“하!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진짜!”'끝까지 속을 뒤집으며 주방을 나서는 강을 보고, 평원은 분노했다. 사람이 열 받을 이야기만 골라 해대며 있는 대로 속을 뒤집어 놓는 온강.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정이 안 가는 인간이다.'암만 눈이 삐었다고 해도 그렇지, 한순간이나마 저런 인간을 좋아했었다니. 어수룩했던 과거의 순정이 새삼 한심해지는 평원이었다. ''* * *'아침부터 강에게 시달려서인지, 평원은 회사에 출근해서도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말이 씨가 된 건지, 조금 전부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는 것이 아무래도 마술에 걸리기 직전 같았다. 문서 작성에 카피에 전화 업무까지, 쌓여 있는 일 때문에 화장실에 갈 여유조차 없었다.'“미스 김! 이 서류 두 장씩 복사해서 과장님 드리고, 내 자리로 커피 한 잔 가져와요!”'그렇지 않아도 바빠 죽겠는데, 일을 늘여 주는 정 대리의 외침에 평원의 얼굴이 짜증스레 일그러졌다.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거 뻔히 보면서. 복사야 그렇다 치더라도, 커피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타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정 대리님, 전 커피자판기가 아니거든요?”'참다못한 평원이 책상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러니까 드시고 싶으시면 직접 타 드시죠? 저도 할 일이 많거든요.”'“얼씨구…….”'정 대리의 미간이 살며시 좁혀졌다. 준수한 외모에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입사 1년 만에 대리로 승진한 정승주 대리.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는 평원과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했다.'“이봐요, 미스 김! 나라고 당신한테 커피 부탁하고 싶었는지 알아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쭉쭉빵빵 미스 박이 있었으면 그녀한테 시켰을 거라고! 꿩 대신 닭이라고 시켜 줬더니, 말하는 꼬락서니하고는…….”'“뭐, 뭐라고요?”'“왜, 억울해요? 억울하면 살 빼든지!”'“하…….”'거침없는 정 대리의 인신공격에 평원의 새하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직장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탕비실을 향해 돌아서는데, 예민한 그녀의 귓가로 빈정대는 정 대리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날아들었다.'“뚱뚱하면 고분고분하기나 할 것이지, 저 몸매에 성격까지 까칠하니 애인이 없지.”'“으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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