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르륵 촤르륵 '때는, 2001년 또 다른 세기의 시작. 그 따스한 5월의 봄날.'“말이 돼?”'방금 전까지 턱을 괴고 멍하니 앉아 있던 한 여대생의 두 주먹은 탁자를 쾅 쳤다. '“샘…?”'봄바람에 흩날리는 한 떨기의 목련이 이 같을까……청초한 도자기를 빚어 낸 듯 뽀얀 피부 위에 복사꽃 같은 발그스레한 볼을 지나 앵두를 닮은 입술 새로 보글보글 흘러나오는 목소리란.'“돌았어요?”'원래부터가 제정신으로는 보아 주기 힘든 소년의 과외선생은 오늘따라 더욱 그 쇼맨십을 발휘하고 있었다.'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창밖을 멍 때리며 바라보던 여대생은 빵상 아줌마의 외계어를 나불거리다가 급기야 소년 앞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아하하하하 발작하듯 웃어젖히기 시작했다.'‘이거 신고를 해야 하나.’'심각하게 고민하는 소년의 얼굴 앞으로 그 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여대생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입을 열었다.'“게이래.”'“에?”'“자그마치 6개월을 쫓아다녔는데…… 겨우 일주일 사귀더니 한다는 소리가, 노력해 봤는데, 거시기가 도저히 안 선대. 이 지성과 미모 앞에 말이 되냐고? 응? 소년! 말해 봐 너. 내가 여자로 안 보여?”'이제 갓 십 오세를 맞이하는 가련하고 수줍은 사내아이에게 여대생은 멱살을 잡아채듯 다그쳤다.'“여자로 보여요…….”'소년의 표정에 위로의 표정이 잠시 스쳤을까 그녀의 얼굴에 옅은 화색이 스치던 찰나 뒤이어 지는 가혹할 만큼 청렴한 목소리.'“미. 친 여. 자.”'녀석이 던진 충격적인 말과 무자비하게 차인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탄하며 여대생은 자신의 머리칼 사이로 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놀이패의 상무 돌리듯 헤드뱅잉을 하며 절규하기 시작한다.'“으아아아아아”'“선생님! 무, 무슨 일이에요?”'이 집구석의 조상님은 원래부터가 꽃이었을까. 이번엔 청초하고 우아한 수국을 닮은 한 여인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여대생의 얼굴을 조심조심 살피고 있었다.'생전 나타나지도 않던 바퀴벌레 때문이라 변명이라도 해줄까 소년이 고민하던 순간, 수국 여인을 올려다보는 여대생의 눈망울이 그렁하나 싶더니 이내 또로록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왜,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수국 여인의 큰 눈이 더욱 커지며 여대생의 몸 이곳저곳을 훑었다.'“차였어요…….”'“네?”'“그 자식이 날 찼어요! 흐흑 그 새끼한테 올인 한다고 이번 토익 점수가 제 신발 사이즈도 안 나왔는데! 그런데…… 흐으윽.”'참고로 말하자면 여대생은 소년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있었다.'“그 개자식이 내 6개월을 통째로 꿀꺽! 처먹었다구요오오. 으아아악.”'목젖이 드러날 정도로 크게 입을 벌리는 여대생의 비명은 뭉크의 절규를 한 방에 눌러버리며 꽃 물결을 이루는 조상의 집안을 온통 뒤덮어 버렸다.'그리하여 꿈 많고 한 많은 여대생의 발걸음은 그 집안의 정갈한 잔디를 이날 이후로 더는 밟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여대생은 하루 만에 두 번이나 까인 것이다.'그로부터 6년 후. 꿈과 한의 집합체로 성장한 그 여성. 29세.'물오르다 못해 복어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곧 터지기 직전인 그녀의 육체가 수컷의 양기에 갈증으로 점철되어 있을 때다. 마침내 가련한 나비 한 마리가 그녀의 품 안으로 휘이 날아들어 오는데!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