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탁탁탁탁.'빠른 발걸음 소리가 어지럽게 울렸다. 파도에 흔들리는 선체를 따라 발자국 소리가 급하게 흔들리고 그보다 더 큰 바람 소리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사나웠다.'삐이이! 삐이! 삐이!'복도를 가득 울리는 비상벨 소리는 안 그래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어지럽히고 있었다.'[선박 전복 사고 발생! 반복한다. 선박 전복 사고 발생!]'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거친 바람 소리, 발걸음을 움직이기조차 힘들 만큼 흔들리는 선체를 따라 어두운 긴장감은 팽팽하게 조여지고 있었다.''"강 경사, 왔어! 안 왔어!"'고함을 지르는 함장의 추궁에 옆에 서 있던 경사가 서둘러 대답했다.'"아직입니다."'"뭐 하느라 이렇게 꾸물거려! 다시 방송 때려!"'"예! 알겠습니다."'죄 없는 부하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함장은 다시 바다로 시선을 주었다. 족히 4m는 되어 보이는 파도와 어두운 하늘,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듯 으르렁거리는 바람까지…… 평범한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라디오에서는 풍랑주의보까지 내려진다고 하니 상황은 평범함을 넘어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었다.'덜컹!'긴장감이 흐르는 조타실의 문이 열리자 그 입구에 서 있던 경사가 재빨리 함장을 불렀다.'"함장님, 강세종 경삽니다."'함장은 고개를 홱 돌려 이제 막 조타실로 들어서는 강 경사를 노려보는 순간 대뜸 고함부터 질렀다.'"뭐 하느라 이렇게 늦어! 비상벨 울린 게 언젠데!"'비상벨이 울린 지 겨우 1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함장은 그 시간의 흐름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엔진룸에 문제가 있어서 좀 도와주고 있었습니다."'그러자 함장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그걸 왜 자네가 하나! 아, 그건 됐고! 당장 출동 준비해야겠어."'세종은 함장의 손짓을 따라 GPS로 다가섰다.'"이 지점이야. 방금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다른 선원들은 모두 구조되었고, 현재 전복된 선박 안에 남아 있는 선원은 한 명이야."'함장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는 의미였다.'"지금 당장 출동하겠습니다."'잠시 강 경사를 쳐다보던 함장도 고개를 끄덕이고 뒤에 서 있는 경위에게 명령했다.'"쾌속정 내려!"'"알겠습니다."'함장이 다시 세종을 쳐다보았다.'"조심해. 무모한 행동은 절대 용납 못해. 알았나?"'함장은 심상치 않은 바람과 파도를 보며 인상을 썼다. 아직 배에 갇혀 있다는 선원을 무사히 구출해 낸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지금 같은 악천후에서 다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예. 알겠습니다."'하지만 강세종 경사는 함장의 그런 걱정을 알고나 있는 것인지, 곧장 몸을 돌려 조타실을 빠져나갔다.'"후우."'함장은 세종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임무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원이라 더 걱정이 되었다. 사명감도 좋고, 책임감도 좋지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 지금 같은 악천후에서는 명확한 판단과 결정력이 우선이다. 하지만 강세종 경사는 그런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완수에만 집중하는 놈이라 상황이 힘들수록 통제하기가 더욱더 힘이 들었다.'해경으로서의 자부심과 능력으로만 본다면 100점 만점이겠지만 지휘관으로서 저런 부하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함장의 눈이 창밖으로 보이는 해양특수기동대원들에게로 향했다. 강세종 경사를 포함한 해경특수기동대원 네 명이 흔들리는 쾌속정으로 승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