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세상과 떨어진 산사의 고요함이 넘치는 한 암자에 열 살 정도의 사내아이가 법당 안의 불상 사이에 놓인 사진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한참이나 움직임이 없어 동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나무들 사이의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고요한 암자에서 적막하게 들렸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민선은 작은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소년을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아버지의 지인의 손자인 유현을 알게 된 것이 4년이 넘었지만 항상 밝게 미소를 보이던 소년이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해 보이는 것이 우주의 한 복판에 외로이 서있는 작은 별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민선은 유현에게 두 손을 보이며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중심을 잃은 두 눈에서 작은 파동이 보이며 유현이 민선에게 안겨왔다.'“유현아, 이제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야지?”'“누나, 엄마 아빠는 행복할까? 두 분이 함께 계시니 외롭지는 않겠지?"'“그럼, 언제나 유현을 내려다보며 항상 곁에서 유현을 지켜줄 거야.”'“정말, 엄마 아빠가 항상 날 내려다보고 있을까?”'유현의 두 눈에 그 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이 민선의 온기를 느끼자 한 없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유현은 현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처럼 느껴져 계속 민선을 불렀다.'“누나, 누나, 민선 누나, 나 혼자 아니지?”'“그래, 그래. 누나가 곁에 있어. 유현이 혼자 있지 않아.”'“언제까지나 누난 내 곁에 있어줘. 엄마 아빠처럼 저 멀리 가지 않을 거지.”'“그래 언제나 유현 옆에서 유현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게.”'“누나, 진짜지. 거짓말 아니지.”'“그래. 유현이 커가는 모습을 부모님 대신해서 앨범에 가득 채워 줄게. 그 대신 조금만 힘을 내자 할아버지를 생각해야지.”'“유현이 파이팅! 누나가 항상 널 곁에서 도와줄게.”'“누나, 한 번만 업어줘.”'“그래, 오늘 한 번만 업어줄게.”'부모님이 제2의 신혼여행을 떠난 여행지에서 테러를 당해 돌아가신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슬픔에 잠겨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유현은 민선의 등에서 잠이 들었다.'유현은 부모님이 해주던 모든 것을 민선이 메워 주었기에 하루가 다르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다. 유현이 민선에게 많은 것을 의지한다는 것에 주위 사람들은 걱정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 어린 유현을 민선과 떨어져 생활하게 할 수 없었다. 그건 너무 가혹한 현실이니까…….''유현이 어느덧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민선은 더욱 바빠진 유현의 할아버지인 진현을 대신하여 비서가 유현의 졸업식에 참석한다고 하여 민선도 축하해 주기로 유현과 약속하였다.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 할아버지 회사의 직원이기에 부모님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유현이기에 민선이 축하객으로 참석해 준다고 말해줬을 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작은 희망이 보이면서 큰 행복을 느꼈다.'졸업식 날, 그 다른 날 보다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고 멋있게 손질해 달라고 유모에게 부탁하는 유현은 어느 초등학생 같지 않게 머리에 신경을 썼다.'“유모,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멋있게 해줘요. 오늘 최고로 멋있게 해 주세요.”'“네, 도련님. 최고의 멋쟁이로 만들어 드리지요.”'“장난이 아니에요. 진짜 남자처럼 보이게 해줘요. 민선이 나만 쳐다보게 만들어줘요.”'“아가씨는 이제 고등학생인데 도련님이 얼른 커야 아가씨를 데려 올 수 있는데…….우유를 잘 먹어야 키가 많이 큰다고 하니 이제부터 더 마시도록 하세요.”'“네, 내일부터 좀 더 큰 것으로 시키도록 해요. 유모 저 멋있나요?”'“도련님,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왕자님이죠.”'“헤헤, 정말이지요.”'“그럼요. 모든 사람들이 도련님 미소에 쓰러질 것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