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고급 한식집.'젊은 남자와 머리에 서리가 앉은 노인이 마주 보고 앉아서 서로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이로 따진다면야 젊은 남자가 훨씬 아래지만 노인은 고개까지 숙여 가면서 젊은 남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강 전무님, 왜 이렇게 뵙기가 힘듭니까?”'노인은 진현에게 존대까지 써 가면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직책으로 따지자면 진현은 전무고, 노인은 사장이었다. 하지만 나이와 직책에 상관없이 회사가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는 계급, 더욱이 진현은 JO의 전무였다. '“요즘은 조금 정신이 없었습니다. 꽤 여러 번 연락을 주셨는데 죄송합니다.”'사과는 했어도 그는 별로 크게 죄송스러워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것이 그냥 형식상의 사과라는 것을 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만나 주는 것이 어디인가! JO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회사들 중, 한 회사 때문에 먹고사는 회사가 노인의 회사였다. 이제 막 중소기업 티를 벗어난 노인의 회사, 그런 노인에게는 JO의 새로운 세력의 일인인 진현과의 친분을 다지는 일이 아주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JO의 새로운 세력, 사성수(四聖獸)라고 불리는 인물들.'그들은 거대 왕국이라고 불리는 JO의 새로운 주인들이었다. 이미 회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장 하빈은 절대 권력자로 ‘청룡(靑龍)’이라 불리며 불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기로 유명했다. 실패란 자기 사전에 없다고 주장하는 차기 회장이다. 두 번째가 호텔 업계를 이끌고 가는 강지훈 상무였다. ‘백호(白虎)’라고 불리며 장난도 잘 치고 사교성이 좋기로 소문난 인물로 호텔과 돈과 JO의 모든 자금은 강지훈 상무가 쥐고 있다는 뒷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세 번째가 노인의 눈앞에서 여유 있게 웃고 있는 강진현 전무였다. 현무(玄武)라고 불리며 강하빈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 사장직에 오를 인물로 JO의 모든 인사권을 쥐고 있으며 주로 정치와 은밀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성수 중 성격이 제일 조용하기로 소문나 있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내면은 정반대라며 모두들 경계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인물이 JO유통 이수하 사장이었다. 이미 유통의 절대강자로 유통업계의 사람이라면 모두 두려워하는 인물로 ‘주작(朱雀)’이라 불린다. JO과 관련된 모든 인물들을 감시하고 사생활을 포함한 모든 약점을 한 손에 쥐고 있으며, ‘천리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JO의 신(神)들인 이들 네 명은 이미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인물들이었다.'노인은 어렵게 잡은 이 약속을 통해 최대한 진현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노인의 회사를 더 크게 키울 수도 있고, 바로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JO그룹 강진현 전무라는 것을 미루어 볼 때 노인에게는 지금 이 자리가 무척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