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악! 난, 몰라.”'붉은빛이 도는 연한 참치초밥으로 윤기 나는 검은색 젓가락을 가져가던 주완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솟아올랐다. 밀린 업무를 해결하느라, 점심이 늦어 심기가 불편했던 그는 시끄러운 여자의 고함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난, 몰라. 어떡해!”'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다시 초밥으로 젓가락을 가져가던 주완은 또다시 귓가를 자극하는 날 선 여자의 목소리에 테이블 위로 젓가락을 세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징징거리는 여자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좀 조용히 할 수는 없습니까?”'“내가 지금 조용하게 생겼어요?”'“손님, 죄송합니다.”'사과를 하기는커녕 도리어 큰 소리를 치는 여자의 모습에 울컥했던 주완은 여자를 대신해 사과하는 주방장을 보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친분이 있는지 주방장이 홀로 나와, 여자의 손목을 잡아 밖으로 끌고 나갔다.'무슨 배짱인지 나가지 않으려 고집을 피우던 여자는 결국 주방장의 손에 의해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주완은 끌끌 혀를 찼다. 누가 될지는 몰라도 저 여자를 데려갈 남자가 참으로 가엽게 느껴졌다. 다소곳하고 얌전한 여자를 좋아하는 그에게 방금 전, 소란을 피우던 여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역시.”'잠시 불편했던 심기가 맛깔스런 초밥으로 인해 금세 좋아진 주완은 눈앞에 지나가던 초밥 하나를 집어 들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그를 유혹하는 초밥은 다름 아닌, 한치초밥이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입 안에 넣자,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그의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한 달 전에 발견한 갓파스시는 까다로운 주완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유일한 곳이었다. 바로 회사 앞에 있는데도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말끔하게 비워진 접시를 보며, 새로운 초밥으로 손을 가져가던 주완은 주머니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재킷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액정화면에 뜨는 번호를 보며, 살짝 미간에 주름을 잡은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 '“갑자기 회의가 당겨져서요. 지금 사무실로 들어오셔야 할 것 같은데요.”'“스케줄 관리도 제대로 못 하는 건가?”'“죄송합니다.”'통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주완은 거칠게 휴대폰 폴더를 닫았다. 제대로 점심조차 먹을 수 없는 바쁜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하는 것을 꽤 즐기고는 있지만, 이렇게 끼니를 거르다가는 겨우 잠잠해진 위장병이 다시 돋을 것 같았다. '간단히 초밥 몇 가지를 포장을 한 주완은 계산을 마치고 입구로 향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아까 나간 주방장과 여자는 아직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여자는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있었다.'“정말 구제불능이군.”'구두를 벗고 맨바닥에 서 있는 여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주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비아냥거렸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맨발로 서 있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은 것일까? 여러 가지로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여자였다. '싸늘한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던 주완은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며 밖으로 나왔다. 이제 막 11월로 접어든 날씨는 벌써부터 겨울이라도 온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따뜻한 실내에 있던 그는 온몸을 휘감는 차가운 기온에 숨이 턱 막혀왔다.'“뭐? 너 진짜!”'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여자가 휘두른 가방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초밥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주완의 눈에 초밥이 날아가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재생되어 보였다. 공중에 떠 있던 초밥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지면서 먹음직스럽던 본연의 모습을 잃고, 보기 흉하게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는 주완의 눈가에 짙은 주름이 생겼다.'“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가방에 맞은 손목을 돌리며 초밥을 바라보던 주완은 들고 있던 신발을 던지고, 바닥에 떨어진 초밥을 줍는 여자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첫인상부터 정말이지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드는 여자였다.'“됐습니다.”'“저,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