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색을 막 포기하려는 순간 백스터는 조건에 딱 맞는 소녀 를 발견했다. '그녀는 지하철 승강구와 연결된 긴 통로에 앉아 있었다. 그는 흔히 볼 수 있는〈적선하세요〉라고 적힌 판지를 찾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뜬 채 플루트를 연주하며, 지나가는 행인들이 알아서 악기 상자에 동전을 던지도록 놔뒀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녀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거리의 가난한 젊은이들 중 하나가 분명했다. '왜 그녀를 택했는지는 나중에 생각해 볼 참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첫인상 때문이었다. 그녀는 군복 상의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지만 옷은 상당히 깨끗해 보였고, 또 아주 어린애는 아니었다. 플루트를 부는 것으로 봐, 구걸하는 것은 아닌 듯싶지만 그래도 몹시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인상을 씻어 주진 못했다. 아니면 개 때문에 그런 인상을 주는 것이든가. 그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거리의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 위해 빼빼 마른 잡종견들을 데리고 다녔지만, 이 소녀의 개는 좀 달랐다. 건강한 털과 온화한 성질을 지닌 순종 리트리버로, 그 개는 졸린 눈으로 주위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지나가며 상자 안에 1파운드짜리 동전을 던졌지만, 소녀는 눈을 들지 않았다. 받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 듯했지만 시선은 바닥에 고정시킨 채 연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백스터는 계속 걸어가다가 모퉁이에 이르러서야 멈춰섰다.'그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얼굴은 제대로 못 봤지만 짧은 머리에 한쪽 귀에 금 귀걸이가 세 개 달린 걸 봤고, 그건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문제 될 게 없었다. 적어도 밤에 몸을 파는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할말을 다시 연습해 보고는 되돌아가 그녀 앞에 멈춰섰다.''디는 신발을 잘 기억했다. 하루종일 그것밖에 보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돈을 주는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그들을 쳐다보지 마. 쳐다보면 그들은 자신들을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게 될지도 몰라〉노던 라인에서 아주 형편없는 솜씨로 기타를 치며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테리가 그런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그녀는 그 구두를 알아봤다. 끈 달린 갈색 반부츠. 방금 전에 지나가면서 플루트 상자 안에 1파운드를 던지고 간 사람의 신발이었다. 그 사람이 되돌아온 것은 그녀의 탁월한 연주 솜씨에 감탄해서가 아닐 터였다. 그녀는 구두 주인을 곁눈질하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연주를 계속했다.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어떻게 좀 해볼까 하는 남자들. 그녀가 몸을 팔아 돈을 벌 생각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는 남자들. '그녀는 연주를 계속했지만, 남자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그녀가 자기를 알아봐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