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어디선가 들려오는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에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녀의 의식이 서서히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은빈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순간 멍한 얼굴로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강릉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차에 오른 이후의 모든 기억들이 삭제되어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자신이 하얀 침대 시트가 깔린 침대 위에서 일어나는 걸 보면 분명 신혼여행지인 강릉에 오긴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호텔로 들어온 기억이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가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그런데 바깥을 바라보니 아무래도 아침이 된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재빨리 침대 옆으로 가서 탁자 위에 놓여진 시계를 바라봤다.'“하…… 마, 말도 안 돼. 지금이 아침 8시?”'분명했다. 저녁 8시라면 이렇게 밖이 환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녀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 첫날밤은? 이건 말도 안 돼. 하…… 이건 꿈이야.”'그녀는 믿을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게다가 신혼여행지에서 처음 맞는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남편인 시환은 보이지도 않았다. 순간 그녀는 불길한 생각에 휩싸였다.'‘설마, 첫날밤부터 잠만 쿨쿨 자는 아내 매력 없다고 날, 버린 건 아니겠지?’'아침부터 보이지 않는 남편 시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 벨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그제야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시환 씨?”'그녀는 시환이 잠시 밖에 나갔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룸서비스입니다.”'“룸서비스 주문한 적 없는데요.”'“남편 분께서 신청하셨습니다.”'“아, 그래요?”'시환이 신청했다는 말에 그녀는 호텔 직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호텔 직원은 룸으로 들어와 가지고 온 음식들을 탁자 위에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테이블 세팅을 마친 직원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남편 분께서 일이 있어서 저녁 늦게나 돌아오실 것 같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뭐, 뭐라고요?”'“그럼 전 이만.”'“자, 잠깐만요. 일이 있다니, 신혼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있단 말이에요?”'“그건 저희도 잘 모릅니다.”'호텔 직원의 황당한 말에 그녀는 기가 막힌 듯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러자 직원은 잘 모른다는 말을 남긴 채 방을 나가 버렸다.'“말도 안 돼. 신혼여행 온 남자가 무슨 일이 있기에 신혼 첫날부터 아내를 하루 종일 혼자 둬?”'신혼 첫날부터 그녀는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당사자가 없으니 원망을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가 주문했다는 아침 식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휴대폰을 찾아 그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기에 전화도 안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