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다. 딱 1년 동안 넌 이 집에 발도 들일 생각일랑 하지 마라.”'오늘 하늘이 무너지는 날인가 보다. 아님 지구의 종말이 오든지, 그것도 밤과 낮이 뒤집히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날일 것이 분명했다.'이 엄청난 날벼락 앞에 넋이 나가버린 하림은 그저 멀뚱히 할아버지 얼굴만 쳐다보았다.'“1년 동안 넌 이 집과 인연을 끊고 혼자 살아야 해. 그게 조건이다.”'“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뭐라고요?”'“지금 당장 이 길로 집을 나가란 말이다!”'분명 세 가지의 가능성 중에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할아버지께서 자신을 이렇게 쫓아낼 리가 없다. 그것도 아님 이건 꿈일 것이다. 아니, 절대 꿈이어야만 했다.'‘꿈이여 깨어나라, 제발 깨어나라!’'하림은 제발 꿈이 깨길 바라면서 양 볼을 찰싹 때려 보았다. 하지만, 너무 아프다. 진짜 아프다. 고로 이건 꿈이 아니다. 힘이 쫙 빠지는 이 기분. 이대로 스르륵 땅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아니, 빨려 들어가고만 싶었다.'“할아버지 절 쫓아내시는 이유라도 좀 알면 안 될까요?”'“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넌 너무 사교성이 없어. 너 지난 한달 동안 외출을 몇 번 했는지 아냐?”'“두……번?”'“아니, 한 번! 그것도 내가 심부름 시켜서 딱 한 번. 너 같은 애를 두고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지?”'하림은 머리를 긁으며 그저 히히 웃음을 흘렸다.'“둘째, 넌 너무 세상을 몰라. 아니! 지금까지 세상을 알려도 하지도 않았어. 고로 넌 바보와 동급이야.”'“그래도 바보는 좀…….”'“셋째, 지금 이 상태로 널 놔두면, 넌 평생 이렇게 방구석만 지키다가 늙어 죽을 거야. 난 내 손녀가 시집도 못 가고 늙어 죽는 꼴은 보지 싫어. 그러니까 짐 싸지고 나가! 지금 당장!”'“할아버지!”'“안 나가?”'무서운 할아버지의 얼굴이 더욱 험악하게 구겨지자, 하림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나가란다고 당장 나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자신에겐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할아버지, 나가는 것 딱 두 달만 있다가 나가면 안 될까요? 두 달이면 될 것 같은데…….”'“당장 안 나가?”'천둥소리와 같은 고함 소리에 하림은 단 걸음에 2층 자신의 방으로 뛰어 올라왔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쫓겨날 수는 없는 법. 그녀는 다시 계단을 반쯤 내려가 중간에 앉았다.'“할아버지?”'“죽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