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달려라 써니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뉴포트.'서쪽 항만의 완만한 구릉에서부터 고원으로 이어지는 작은 도시의 앞으로 고요한 파도가 해변을 밀고 들어왔다.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저택들 중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듯 보이는 곳을 향해 차를 운전하는 라이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미 모두 저녁 식사를 끝내고도 남았을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 때문에 동양적 외모에 더욱 가까워 보이는 라이언의 잘생긴 얼굴은 피곤함이 잔뜩 어려 있었다.'“왔니?”'길게 늘어서 있는 값비싼 세단들 옆으로 차를 주차시키고 현관의 벨을 누르자, 가정부 대신 라이언의 두 번째 누이인 산드라가 그를 맞아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막내 동생과 가볍게 포옹을 하긴 했지만 형식적인 느낌이 드는 행동이었다.'“아버지는요?”'“거실에서 차 마시고 계셔. 좀 일찍 오지 그랬니?”'라이언은 늦을 수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려 보이고 거실로 향했다. 1인용 벨벳 소파에 앉아 있는 오닐 회장을 둥글게 감싼 모양으로 앉아 있는 대가족의 시선이 이제 막 거실로 들어선 자신에게 쏟아지자, 라이언은 머쓱한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늦었구나.”'못마땅한 표정의 오닐 회장을 대신해 그의 큰형이 나무라듯 먼저 입을 열었다. 거실에는 결혼한 두 명의 누이와 형, 누이의 남편들, 형의 와이프, 결혼하지 않은 또 다른 두 명의 형제가 같은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찻잔을 손에 쥐고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죄송합니다.”'“파리와 런던에서 날아온 누이와 형도 있는데, 뉴욕에 사는 녀석이 늦다니!”'뉴욕도 충분히 멀다고요, 하고 입 안으로 중얼거렸지만 어차피 몇 마디 들을 각오쯤은 하고 현관을 들어서지 않았던가. 하지만 평소의 오닐 회장답지 않은 노기 띤 음성은 순간 라이언을 당황하게 했다.'오닐 회장의 등 뒤로는 사용하는 일이 없는 인테리어 용 벽난로가 버티고 있었고, 그 벽난로 위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액자에 담긴 채 자리잡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닐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라이언의 어머니인 순자 리의 사진들이었다.'“죄송합니다, 아버지.”'“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겠거든, 모두 때려치우고 이 집으로 들어와 살아.”'“네?”'라이언은 이해하기 힘든 오닐 회장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런 라이언을 가만히 노려보던 오닐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따로 할 말이 있으니 따라오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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