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 없이 많은 나라들과 전쟁…… 그리고 영웅들이 존재하는 붉은 대륙이 시작되는 곳에 동아국(東亞國)이 있었다. 동아 건국 507년, 대륙 최고의 강국인 북대서(北大西)의 지국천왕(持國天王)은 바다와 접해있는 동아를 넘어 항로를 개척하고자 하였다. 이에 동아는 그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니 후에 이를 북대서전(北大西戰)이라 불렀다. '북대서전 1년, 동아 45대 태우천제(太虞天帝)가 붕어하고 태자 법진(法進)이 46대 황제가 되어 열제(烈帝)에 오름으로 북대서전은 장기전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북대서전 3년, 전시에 황위를 이어 받은 열제는 3년여에 걸친 북대서전에 출전한 아우들이 잇달아 전사하자 그 기세를 잃은 동아군의 사기충전을 위해 당시 무예가 뛰어났던 율민공주와 철기군 3만기를 출병시켰다. 그렇게 18세의 율민은 수세에 밀리던 동아군의 선두에서 태산과 같은 북대서군과 맞서 전장의 꽃으로 붉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동아 46대 열제(烈帝), 재위 4년 가을.'“안됩니다. 이제 매적곡(埋積谷)을 지나면 개토평야(開土平野)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협상이라니요!”'매적곡평야의 밤, 북대서 태자의 20만 대군과 대치하고 있는 동아군의 율민공주 막사에는 피바람 보다 더 짙은 분노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동아의 제 3공주, 율민을 둘러싼 각 상장군들 사이에 격한 언쟁이 오가고 있었다.'“지우상장! 황제께서는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으십니다.”'나이가 지긋이 든 강랑대장군의 말에 지우상장군이 탁자를 후려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허나, 공주님께서 승전고를 울린 것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입니다. 이제야 국경을 넘어 북대서의 땅으로 들어섰는데, 오히려 후퇴하여 16개성을 내어주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은 지금 우리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단 말입니다!” '“자중하시오! 공주마마 앞에서 이 무슨 불손이란 말이오!”'맞은편에 앉아 있던 북로상장군의 호통에 지우상장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소리쳤다.'“어찌들 이러십니까! 정녕 이리들 물러나시렵니까.”'“동아백성을 생각하는 황제의 마음을 어찌 그리 이해하지 못하시오.”'“그렇습니다. 지우상장. 승전고를 울렸다고는 하나 우리 동아군의 피해가 3만이 넘고 지금 우리 군사 6만으로 20만 북대서의 대군과 전면전을 치른다는 것은 사지로 뛰어드는 것과 같소.”'“마마!”'4년여에 걸쳐 치러지고 있는 북대서전에 지친 노장들의 시선이 율민공주에게로 향했다. 동아의 상징인 붉은 태양의 휘장 아래 검은 철기갑옷으로 무장한 율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율민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탁자를 둘러싼 각 상장군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황제께서 결정하신 일이다.”'“마마!”'서늘한 그녀의 목소리에 지우상장과 서진대장군이 만류하듯 소리쳤지만 율민은 그들을 뒤로하고 막사의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내일 날이 밝는 대로 북대서 태자에게 전령을 보내라. 협상에 응할 것이다.”'“공주마마! 차라리 제가 가겠습니다.”'율민은 막사를 나려서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지우상장을 바라봤다. 서른이 넘은 건장한 지우상장의 눈에 서린 애잔함에 율민이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말없이 두들겼다. '그의 곁을 지나 조용히 막사를 나선 율민은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막사의 주변을 거닐었다. 하천의 골짜기를 메워 부채꼴을 이룬 매적곡 평야는 북대서 황도로 향하는 스무날 거리에 위치하여 황도로의 입구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오라버니…… 무엇을 얻고자 하시는 겁니까.”'반짝이는 별빛이 흐릿해 지며 율민의 나지막한 속삭임이 한숨처럼 흩어져 내렸다. 동아황실의 특수군인 철기군을 이끌던 율민이 북대서의 철산에 불을 질러 식량 배급로를 차단에 성공, 승전고를 울린 것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다. 동아군은 북대서전이 4년째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본토에서 북대서군을 밀어내기 시작했고 이제 동아의 영토를 넘어 북대서의 영토에 접어든 상황이었다. ''-율민 보거라. 북대서의 지국천왕은 전쟁을 종결하고자 한다. 동아의 공주로 태어나 전장에 나서야 했던 너의 승전고로 전 동아의 백성들이 환호하고 있지만, 동아 영토의 다섯 배에 가까운 대국 북대서와 맞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동아 또한 약소국이라 할 수는 없으나 북대서는 대륙 최고의 강국이다. 강자 앞에 약자가 머리를 숙이는 것은 자연의 순리 아니더냐. 16개의 성일뿐이다. 영토라는 것은 나중에라도 다시 찾으면 되지만 이대로 북대서와의 전쟁을 계속하여 나간다면 동아는 북대서가 아닌 그 어떤 약소국에 의해서도 쉬이 무너질 만큼 피폐해 질 것이다. 동아의 공주로서 백성을 위해 현명하게 처신하기 바란다.-'먼동이 터오는 것을 바라보며 율민은 어제 받은 황제의 서신을 떠 올렸다. 그 사실이 믿을 수 없어 수없이 읽고 또 읽었던 서신의 내용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며 그녀의 영혼을 갈가리 찢고 있었다.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협상에 굳이 율민이 북대서의 태자를 만나기를 바라는 황제를 생각하니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불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공주마마,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시지요.”'막사로 들어서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지우상장의 모습에 율민이 미소 지었다. '“조금 전에 북대서 진영을 향해 전령이 떠났습니다. 정오가 되면 회답을 받을 것입니다.”'밤이 새도록 그녀의 막사에 장승처럼 드리워져 있던 그림자의 주인공이 그였음을 율민은 알고 있었다.'“알았으니 가서 쉬시게.”'“마마.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지우상장의 목소리에 율민이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막사를 나섰다. 진영 한켠에 준비된 궁터로 향하는 새벽공기가 그녀의 폐부로 가득히 들어차며 율민의 정신은 더더욱 맑아졌다. 멀리 보이는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율민의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피융!-'아버지인 전대 태우천제가 죽은 이후로 황실의 천덕꾸러기였던 율민이었다. 태황태후와 후궁들은 태우천제의 총애를 받던 율민의 어머니인 현빈을 시기하였다. 현빈이 황제를 버리고 황궁을 탈출하다 붙잡혀 죽임을 당하자 미움은 그녀의 딸인 율민에게로 향했다. 황제는 죽고 이제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율민을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이복형제들과 어머니의 개인 사병으로 있던 지우와 서진뿐이었다. 사념을 털어내듯 고개를 내 저은 율민은 또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피융!-'서서히 하늘을 밝히던 해는 이제 중천에 자리하여 대지를 태울 듯 작열하고 있었다.'“마마, 해가 지면 북대서의 진영, 태자의 막사에서 협상을 개시한다 전해왔습니다.”'“알았으니 물러가거라.”'물러가라는 율민의 말에도 지우상장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그녀를 응시했다.'“조금이라도 쉬시고 협상장소에 드시는 것이…….”'“지우상장.”'조용한 그녀의 부름에 지우상장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예. 마마.”'“황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하늘의 존재를 묻는 율민의 말에 지우상장이 당황했다. 그러한 상장의 얼굴을 조요히 응시하는 율민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감돌았다.'“황제는 하늘이다. 그러나 땅이 없다면…… 그 하늘을 지탱하는 땅 없이 하늘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넓게 펼쳐진 평야를 바라보는 율민의 가슴으로 평온이 찾아 들었다. 곁에선 지우상장에게 활과 활시위를 넘긴 율민이 막사를 향해 발걸음을 돌리며 조용히 되뇌었다.'“그 땅을 디뎌 하늘을 받드는 백성들이 있기에 하늘은 존재하는 것이다.”'막사로 돌아온 율민은 목욕준비를 명 했다. 지혈초(止血草)와 의초(醫草)들이 가득 녹아난 녹수를 짊어진 장수들과 함께 궁녀 청사가 목욕시중을 들기 위해 막사로 들어섰다. 딱딱한 갑옷을 벗자 급소부위를 가린 가죽 보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물을 벗듯 가슴을 동여맨 천까지 풀러낸 율민이 나무 욕조 안으로 편안히 잠겨 들어갔다. 부드러운 천으로 율민의 몸 곳곳을 문지르며 목욕시중을 든 청사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긴 침묵 속에 목욕을 마친 율민이 나무욕조에서 나서자 청사가 물기를 닦아내며 조용히 말했다.'“소녀도 데리고 가소서.”'“진영에 머물거라. 일이 잘 되면 곧 황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평온한 그녀의 목소리에 청사가 한숨을 내 쉬며 율민의 젖은 머리카락을 빗기기 시작했지만 떨리는 손길은 감출 수가 없었다. 결국 율민이 빗을 움켜쥐자 청사가 숨을 들이키며 힘겹게 말했다.'“어제…… 회합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 적의 진영으로 협상을 하러…….”'“걱정하지 말거라.”'율민은 말을 잇지 못하는 청사를 돌아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한 그녀를 바라보는 청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돌아온다 약조해 주시겠습니까. 마마.”'그러나 율민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거짓으로라도 그러겠노라 말해 주고 싶었으나 율민은 그리하지 못했다. 한참을 말없이 율민을 바라보던 청사가 이내 그녀의 곁으로 다가 앉아 비단 같이 고운 머리를 정성들여 땋아 내렸다. 그리고 청사의 손에 의해 율민의 가슴위로 단단하게 천이 둘러지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팔에도 촘촘히 천을 감아 올린 청사가 그 위에 가죽을 대고 촘촘하게 늘어선 매듭들을 묶었다. 철기군의 것과 같은 갑옷이 입혀지고 어깨와 가슴으로 또 다시 호구가 둘러졌다. 무장을 마친 율민은 청사가 내미는 철기검을 받아들고 막사의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만 나가 보거라.”'조용히 막사를 나서는 청사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율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기다림이고 그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을 터였다.'“공주마마 시간되었사옵니다.”'두시진 가량이 지나 막사 안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율민을 눈을 떴다. 막사를 나선 율민이 준비된 말에 올라 북대서군의 진영을 향해 매적곡 평야를 달렸다. 한 시진 정도를 빠르게 달린 율민의 눈에 멀리 짙은 녹색을 띠는 북대서의 깃발들이 보였다. 말을 멈춰 세운 율민이 그녀의 뒤를 따르던 오십여 철기군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지우상장, 나는 여기서부터 다섯 기의 철기군 만을 데리고 적진으로 향할 것이다. 그대는 북대서의 진영 밖에 머무르되 그들의 눈에 띠지 않게 적진을 살펴라.”'“하오나…….”'“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말거라.”'율민은 걱정스레 다가서는 지우상장의 말을 차갑게 잘라내고는 적진을 향해 달렸다. 뿌옇게 일어나는 흙먼지 뒤로 다섯의 철기군이 그녀의 뒤를 따라 힘차게 달려 나갔다.''북대서군의 진영에 도착한 율민은 안내를 받아 태자의 막사로 들어섰다. 북대서의 문양이 그려진 휘장아래 화려한 호피와 비단 방석들이 즐비한 태자의 막사에는 축연이라도 여는 듯 갖가지 요리에 술과 여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앙에는 북대서의 태자 가우타가 앉아 있었다. 비쩍 마른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사내였다. '“앉거라. 동아의 공주야.”'덤덤한 시선으로 대국의 태자를 훑어보던 율민이 그에게로 다가섰다. 여인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에게로 시선을 던진 가우타가 기분이 상한 듯 술잔을 흔들며 율민에게 말했다.'“나는 손님 맞을 준비에 이리 연회상까지 차렸는데, 나를 찾은 손님은 철갑을 두르고 선채로 말이 없으니 오늘의 협상은 여기 까지 인가?”'가우타의 말에 율민은 온 몸이 불길에 휩싸이듯 화기가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여인이라고는 하나 동아의 공주였고 철기군의 수장이었다. 적진의 수장과 대화를 함에 있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않는 가우타를 보며 율민은 굴욕감을 느꼈다.'‘어찌 하여야 하는가…….’'율민은 천천히 손을 들어 어깨에 있는 호구와 연결된 매듭을 잡아 당겼다.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향한 가우타의 시선이 끈적하게 그녀의 몸으로 감겨들었다.'“여인들을 물려라.”'조용히 율민을 응시하고 있던 가우타가 손짓하며 여인들을 내보냈다. 철기군의 갑옷 안으로 촘촘히 둘러진 가죽보호대가 드러났다. 율민은 갑옷을 벗어버린 가벼운 차림으로 그와 마주 앉았다.'“죽을 자리임을 알고 찾아 왔느냐?”'술잔을 들이키는 그의 시선을 담담히 마주한 율민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오라버니…… 결국은 저를 버리시는 군요.’'보름 전, 강하산 전투에서 전사한 북대서의 제3황자의 목에는 독특한 화살이 박혀 있었다. 피 뭍은 화살을 내밀며 가우타가 물었다.'“네 것이더냐.”'“대국 북대서가 원하는 것이 이 활의 주인인가?”'푸른 솔새의 깃을 단 자신의 화살로 시선을 돌린 율민이 조용히 물었다. 말없이 그녀를 훑어보는 가우타를 향한 율민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무거운 침묵을 뒤로 하고 율민이 천천히 입술을 뗐다.'“내가 쏜 화살에 나의 백성이 죽어야 한다면, 내 손을 잘라내야겠지.” '율민은 협상의 조건이 동아 북단 16개성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16개성을 요구했다 들었다.”'“동아 북단 16개성은 그대의 황제가 협상을 청해오며 제시한 것이었다.”'협상 자체가 북대서가 아닌 동아의 황실에서 청해온 것이라는 가우타의 말에 율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협상은 형식적인 만남일 뿐,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된 일이었다. '“동아 북단 16개성, 그리고 그대의 아우를 살해한 나의 죽음. 만족하는가?”'태우천제와 정실인 황후사이에서 난 다른 공주들이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혼담을 미루고 있는 지금, 열아홉 살의 율민공주는 그녀의 목숨으로 전쟁의 종결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었다. '“후후후…… 겁 없이 대국 북대서와 전쟁을 일으킨 동아가 겨우 성 16개와 공주의 목으로 북대서의 자존심을 달래려 하는 것이냐.”'느릿하게 시간을 끌며 술을 마시던 가우타가 치밀어 오르는 굴욕감에 호흡조차 멈춰버린 율민에게로 몸을 숙였다. '“너의 오라비는 너를 내게 넘기며 16개성과…… 또…….”'연회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가우타의 손이 천천히 율민의 턱을 쓰다듬었다. 혈관을 타고 스멀스멀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기분 나쁜 감각에 율민이 고개를 돌리자 가우타의 얇은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졌다.'“매년 3천명의 처녀들을 공물로 바치겠노라 약조하였다.” '율민은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삭이며 가우타를 노려보았다. '“공녀…….”'재미있다는 듯 가우타가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속삭이듯 말했다. '“억울한가? 속상한가?”'“동아는…….”'이를 악문 율민이 떨리는 손을 움켜쥐며 숨을 들이켰다.'“백성을 팔지 않는다.”'“후후후…… 그대의 오라비도 그리 생각할까?”'비아냥거리는 그를 응시하며 율민이 천천히 술잔을 들자 그녀를 바라보던 가우타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잔을 채웠다.'“이리 담대하리라 생각지 못하였다. 아우를 생각하면 찢어죽여도 부족하겠지만…… 너의 처분은 조금 생각을…….”'-퍼벅!-'순간, 손에 든 술잔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친 율민이 그의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전에 부서진 술잔 조각을 그의 목으로 깊숙이 박아 넣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우타가 피를 뿜어내며 뒤로 자빠져버렸다. 꾸역꾸역 피를 쏟아내는 가우타의 입을 발로 밟아 막으며 율민이 조용히 말했다.'“백성을 버리는 황제라면…… 나또한 그를 위해 머리 숙이지 않을 것이다.”'열아홉, 동아의 공주 율민은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북대서 태자의 검을 들고 막사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