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햇살이 따스한 아침. 민욱은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말일이 다 되어 출판사 일이 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토스트를 입에 베어 물고 상의를 몸에 걸친 그는 현관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신발에 발을 꿰었다.'“네. 정민욱입니다.”'오피스텔 문을 잠군 뒤, 허겁지겁 뛰어가던 민욱은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경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은 그녀뿐이리라. 아침의 신선한 공기로 인해 자신의 폐부가 뻥하고 뚫리는 것처럼, 청량한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오늘 또 늦잠 잤지? 내가 못살아, 정말.”'“아이고, 공주님. 아침부터 이렇게 서방님 구박하면 하루 종일 주눅이 들어서 아무것도 못한답니다. 노여움을 푸시는 건 어떠세요?”'“후훗, 알았어. 이따 점심때 쯤 출판사 앞 카페로 나갈게. 당신한테 해줄 말도 있고 하니까.”'“오케이! 나 밤새 당신 꿈만 꾼 거 어떻게 알았어? 안 그래도 오늘 얼굴 보려고 했는데, 잘 됐네.”'“왜? 당신도 무슨 할 말 있어?”'“아니. 우리 공주님을 한동안 못 봐서 눈병난 거 같으니까 아버님께 가서 치료비 청구해야겠다. 후후.”'언제나 자신을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아파 병원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변함없이 보살펴주며 보호자를 자청하는 이 남자. 영주는 그의 모습이 늘 그랬듯 믿음직스럽고 따스했다. 말일이라 바쁠 텐데, 잊지 않고 자신이며, 아버지를 위해 시간을 내주는 민욱. 영주에겐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나무였다.'통화를 끝낸 영주의 눈시울이 붉어진 줄도 모르고 출판사를 향해 달려가던 민욱은 목적지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로 의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도련님. 오래간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