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꿈속의 연인 [夢(몽)] ''''''살랑 부는 숲 속의 가느다란 가을바람. 그 바람은 조용히 나무를 스쳐 지나고, 꽃을 흔들어 놓으며 지나고, 풀을 밟으며 지나서는 두 검은 윤곽의 주위를 감돌았다. 그들은 춥지 않은 것일까? 보기만 해도 추워 보이기만 하건만 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스산하게 부는 작은 바람 소리가 어느새 가라앉고 그 대신에 조금은 거친 듯하면서도 숨찬 소리가 바람이 되었다. 그 파장의 영향인지 호숫가에 가만히 있던 물이 잔잔히 울리며 퍼졌다. 검은 구름에 의해 가려진 달은 그 구름이 슬그머니 사라지면서 커다란 검은 그림자의 본 색과 본 빛을 찾아 정체를 보여주었다.'이런. 이럴 수가! 다른 이가 보았다면 큰일이오, 보지 말아야 하는 모습! 하지만 어느 누구도 없으며 달만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끄럽도다.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뜨겁도다. 더워서 옷을 벗고 싶지만 벗을 수 없다. 그들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검은 큰 그림자가 형체를 드러냈다. 잘 다듬어진 등과 어깨. 믿음직스럽게 지탱하고 있는 팔. 사내의 몸이다. 그 몸체가 하늘을 가리고 아래를 내리누르고 있다. '감은 사내의 짙은 속눈썹이 바르르 사시나무가 떠는 듯이 흔들리고 있다. 그 눈을 따라 잘 뻗은 코를 미끄러진 듯이 내려와 도톰하면서도 붉은 입술이 나온다. 헌데 그 입술이 장난을 치고 있는지 무언가를 하고 있다. 한 없이 움직이고 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사정없이 움직인다. 그 입술을 받아들이고 그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아니 당연하다 듯이 따라 움직이는 또 다른 입술. 사내의 붉은 입술보다 작고도 연약한 입술이다. 그것은 한 여인의 입술. 여인은 사내보다 연약한 두 팔을 들어 올려 드러난 그의 단단한 등을 감싸면서 더욱더 끌어안았다. '사내는 여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로 인해 그들은 춥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를 한 없이 원하고, 수없이 떨어져 이제야 결실을 맺었단 듯이 그들은 간절히 이 순간을 서로를 강하게 원했고 끌어당겼다. 뜨겁게 붉어졌던 두 입술이 서서히 떨어졌다. 사내의 입술은 아직 이라고 하는 듯이 그녀의 입술에 몇 번이고 착 달라붙었다 떨어졌다 몇 번이고 반복했다. 하지만 여인은 그런 그를 아무 저항도, 반항도 없이 받아 줄 뿐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뜨거운 그의 입술이지만 그녀의 입술은 어느새 차가워졌다. 사내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그렇게 반복을 했던 것일까? '“연…….”'사내의 입술 사이로 낮으면서도 속삭이는 듯이 목소리가 내뱉어졌다. 그녀의 이름인 것일까? 여인은 그의 부름에 살며시 웃어 보였다. 가려졌던 여인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며 달빛에 비추니 완전히 보였다. 아름다운 여인. 은근히 웃는데도 주위가 달빛보다 밝아지는 듯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사내의 긴 손가락을 가진 사내의 손이 슬며시 여인의 작은 얼굴에 닿았다. 뜨거운 손바닥이 부드러운 비단에 닿으니 기분이 묘하게 좋다. 사내는 그녀처럼 웃었다.'''''1. 한 번 더 지울 수 없는 흔적 [文身(문신)]''2. 그를 적시는 눈물[淚(루)]''3. 新 미녀와 야수[囚禁(수금)]''4. 그의 안에 그녀[苦毒(고독)] ''5. 그는 교수가 아니다. 그녀는 학생이 아니다.' [愛樂(애요)]''6. 미묘함[色情(색정)]''7. 선녀와 나무꾼[散策(산책)]''8. 연(軟)과 연(緣)으로 이어진 증표 [玉佩(옥패)]''9. 잡히고 갇히다[皇宮(황궁)]''10. 가슴에 핀 붉은 장미[紅花(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