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妃愛(비애) 1권

신유년 팔월, 경덕궁(훗날의 경희궁) 회상전 안에 차려진 중전의 산실청은 조그만 움직임에도 촉각이 곤두서는 칼날 같은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무더운 공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은 그곳을 지키는 모든 이의 가슴을 무겁게 하였고, 온 궁궐 안의 기운을 짓눌렀다.'초조해 하는 궁녀들과 더불어 그 곁을 지키던 내의원 소속 의관들은 전각의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일제히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들의 애타는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는 의녀의 조심스러운 고갯짓이 있을 때마다 밖을 지키는 모두의 입에서 작은 실망의 한숨이 들리지 않게 터져 나왔다.'음력 팔월이라 하나 아직은 낮 동안의 더위가 물러나지 않아 관복이 땀에 흥건하게 젖었으나 모두들 그늘을 찾는 작은 꾀조차 피우는 자가 없었다. 그도 그러할 것이 원자의 탄생은 선대왕 때부터 소원하던 국가의 숙원이었다.'어느 날 선대왕인 효종이 지금의 중전마마 침전에 이불을 씌워 놓은 물건이 있어 들춰 보니, 거대한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꿈을 꾼 일이 있었다. 다음날 효종은 장차 원손을 얻을 길몽이라 크게 기꺼워하였다.'어의와 의관들 모두 하나같이 왕자 아기씨께서 태어나실 것이라 하였고, 그에 오늘 왕과 왕실의 어른, 종친들 모두 귀를 바짝 세우고 이곳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기다리는 왕자는 쉽게 세상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는 듯 온 궁궐 안 사람들의 피를 바득바득 말리고 있었다.'모두들 더위에 지쳐 가고 기다림에 지쳐 갈 즈음, 신음 소리 하나 새어 나오지 않던 산실청에서 이를 악문, 마치 죽어가는 단말마의 그것과도 같은 소리가 들렸다. 스무 살의 중전께서 처음 치르는 산고를 견디지 못하고 터트린 비명이었다. 얼마나 처절한 사투인지를 보여주는 듯한 그 소리에 밖에 선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움을 표했다.'하나 안타까움도 잠시,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회상전 문을 뚫고 밖으로 메아리쳤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산실청의 문이 열리고 오랫동안 산실청의 일을 맡아 본 권 상궁이 다소 초췌한 모습을 드러내었다.'“왕자마마께서 탄생하셨습니다.”'“중전마마, 경하 드리옵니다!”'권 상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서성이던 사람들 모두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치고, 뒤이어 희열의 표정이 당연한 수순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모진 산고를 이겨내고 나라의 국본을 세상에 내보낸 국모에게 경하의 인사를 올렸다. 실로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그러한 조아림도 잠시, 각 처소에서 이곳의 동정을 살피러 나왔던 나인들과 내관들은 뿔뿔이 흩어져 주인이 계시는 전각으로, 또 편전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소식에 날개라도 달린 듯 순식간에 조정의 대소신료들에게 소식은 전해졌고, 그들 또한 큰 경사라 입을 모았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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