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은 그냥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눈에 띌 정도로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름이 모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과 똑같은 심청이라는 것 정도? 그것을 제외하면 심청은 아주 평범했다. 중산층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예쁘장하고 애교 많은 여동생이 한 명 있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고……. 삶이 너무 평범해서 가끔은 특이한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심청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20XX년 4월. 따뜻한 봄기운이 만연하고 심청이 슬슬 중간고사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때, 심청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리고 그 주위 인물들조차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런 일이 심청에게 일어나고 말았다. ''그날은 12시경부터 대학 교문 앞에 검은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덩치들이 와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덩치들의 손엔 밝게 웃고 있는 심청의 사진이 한 장 들려 있었다. '“이 계집을 잡아가면 된다는 거지?”'“절대로 놓치면 안 돼. 회장님께서 불 같이 화내실 테니까…….”'“그런데…… 납치는 범죄 아니야?”'“이런 경우엔 아니겠지. 이 계집 쪽에서 먼저 잘못을 저질렀으니까…….”'“여하튼…… 다들 두 눈 똑바로 뜨고 있어. 절대로 놓치지 않게!” '다들 다시 한 번 다짐을 하며 교문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을 때, 점심을 먹으려는 학생들이 왁자지껄 몰려나왔다. 학생들은 검은 양복의 분위기 험악한 덩치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웃어대며 빠른 걸음으로 식당가로 향했고, 덩치들은 눈을 부라리며 그들 틈에서 심청의 얼굴을 찾았지만 심청은 없었다. '1시간, 또 1시간……. 해는 저편으로 지고 덩치들은 지쳐가고 있을 때! '“아무튼 이번 시험은 완전히 망할 것 같다니까…….”'심청과 그녀의 친구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늘어져 있던 덩치들은 갑자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심청이 어디로 도망을 쳐도 잡을 수 있도록 대비를 했고 심청이 교문을 나서는 순간 동시에 달려들어 심청을 잡았다. '“꺄악! 여기 좀 도와주세요!”'입이 막혀서 소리 지르지 못하는 심청 대신 그녀의 친구들이 소리를 질러댔지만 덩치들의 험악한 인상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그냥 흘끔흘끔 쳐다보고 지나가기만 할 뿐, 아무도 그녀를 위해 나서 주지 않았다. 심청을 태운 검은 차는 떠나갔고 심청의 친구들은 떠나간 차를 멀거니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 당시엔 심청도, 그녀의 친구들도, 그리고 심청을 잡아간 덩치들도, 이 일이 심청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분기점을 만들어 주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