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사랑, 불변의 법칙

“절대 못 가!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런 결혼은 할 수 없어! 차라리 날 여기서 죽여! 죽이라고!”'주린은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댔다.'‘이건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날 이런 식으로 대할 순 없어. 오늘은 내 대학 졸업식이라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졸업식 당일 사람을 보내 날 데려가려 하다니! 절대 이대로 끌려갈 순 없어, 절대!’'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주린은 학사모도 팽개치고 넓은 캠퍼스를 달리고 또 달렸다.'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줄곧 영국에서 지내왔던 그녀였다. 누군지 몰라도 정기적으로 생활비도 보내 주고 학비도 내주어 돈 걱정은 없이 살아왔지만,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라는 협박 같은 통보를 방금 전 받았던 것이다.'주린은 그 익명의 후견인을 속으로 ‘키다리 아저씨’라 부르며 지금까지 편히 살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운 마음을 가슴 한편에 고이 담아 두고 살아왔다. 하지만 뜬금없이 결혼까지 강요하는 건 도저히 말도 안 되고 따라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후견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자신을 돌봐줬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미래까지 정할 권리는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미치지 않고선 말이다.'얼굴도 모르는 후견인에 대한 막연했던 호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밑도 끝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절대 따르지 않아! 그따위 말도 안 되는 결혼, 개나 주라지!’'* * *'쾅!'사영은 눈앞의 남자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서운 기세로 책상을 내리치며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다시 말해 봐!”'사영의 서늘한 음성에 보고를 올리던 남자는 서류를 들고 있던 손을 가늘게 떨었다.'“저, 그, 그게…… 도, 도망을 치셨습니다.”'다시 들어도 머릿속이 지끈거릴 만큼 짜증이 치솟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꼬이는 것 같아 심히 마음이 편치 않은 사영이었다.'의자에 몸을 묻은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잿빛 구름을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지었다. 보고를 올리던 남자는 조심스레 눈을 들어 갑자기 잠잠해진 사영을 쳐다보았다.'남자가 보아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잘 뻗은 코와 흔하지 않은 깊고 짙은 검은 눈동자 그리고 샤프한 턱 선에 어울리는 남자다우면서 고운 입술 선은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저 입만 열지 않는다면 말이다.'“이걸 지금 보고라고 올린 거야? 내가 이따위 성과 없는 말들이나 들으려고 이 시간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줄 아냔 말이다!”'“죄, 죄송합니다.”'“죄송할 짓은 하지 않으면 돼. 당장 돌아가 잡아 와!”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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